[뉴스토마토 이원석 기자] 5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중수 한국은행의 첫 만남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양측은 정부와 중앙은행 간 상호 협력 필요성에서 인사차 만남을 가진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지만 금융계 일각에선 정부가 한은의 조기 입단속에 나섰다는 의견이다.
두사람의 만남이 오는 9일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진 점이 이같은 해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금통위 열석발언권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힌 점 역시 한은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런 점에서 윤 장관과 김 총재의 이날 만남은 '정부와 중앙은행 간의 협력 필요성'이란 주제 보다는 실질적으로 기획재정부가 정책공조에 있어 한은의 혹시나 모를 '엇박자'를 일찌감치 차단하기 위한 일종의 '기선잡기'용 또는 '방어용'이라는 해석이다.
윤 장관과 김 총재는 이날 오전 은행연합회에서 조찬 간담회를 갖고 최근의 경제상황과 정부와 중앙은행 간의 협력 필요성에 대해 1시간 넘게 의견을 나눴다.
간담회를 마치고 나오는 두 수장의 분위기 역시 이전과는 다소 달랐다.
과거 윤 장관과 이성태 전 한은총재간 만남에서 엿볼 수 있었던 '날 선' 모습 대신 두 사람의 표정은 모두 밝은 편이었다.
윤 장관은 "김 총재는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라고 치켜세웠다. 김 총재의 금융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여론을 의식한 듯한 내용이다 .
윤 장관은 이어 "(양자 간)정책적 공조를 위한 인식을 완전히 공유했다"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신임총재 역시 시종 환한 표정을 보였다.
김 총재는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앞으로 두 기관이 어떻게 협조해나갈 것인가에 대해 공감하는 자리였다"며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정책공조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 분위기는 그닥 긍정적이지 않은 편이다. 한은이 향후 정부로부터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정책 공조 주도권을 쥔 이른바 '갑'의 입장인 윤 장관의 의중이 상대적으로 '을'의 입장인 김 총재에게 직·간접적으로 일방적으로 전달됐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윤 장관과 김 총재, 두 기관장이 만난 시기가 이달 금통위를 나흘 앞두고 성사됐다는 점이 이같은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취임 전부터 '친MB'인사로 불린 김 총재가 이번 회동을 통해 다시 한번 친정부적 인사라는 걸 확인시킨 상황"이라며 "대놓고 기준금리 인상이 없다고 이야기 하는 것과 뭣이 다르냐"고 말했다.
윤 장관이 "정부의 열석발언권을 그대로 행사한다"고 말한 점도 곱씹어 볼 대목이다.
취임 초부터 정부와의 정책공조을 우선순위로 강조해온 김 총재이기는 하지만 기획재정부 나름으로는 열석발언권을 통해 금통위에 대한 '워치독'의 입장을 지속하겠다는 의미다.
기획재정부와 한은 양쪽 모두 이같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한은 독립성 훼손은 양측 모두에게 부담될 수 있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은 관계자는 "첫 대면의 의례적인 만남에서 서로간의 생각이 오갔을 뿐, 향후 양 기관의 정책노선에 대한 판단은 다소 이르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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