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를 비롯해 은행들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 인사에서 잇따라 전문성을 내세운 세대교체를 단행하고 있다. 금융사마다 올해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두는 등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내년 경기침체와 대내외 불확실성, 디지털 전환 등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105560)지주와 농협금융지주는 최근 실시한 계열사 CEO 인사에서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사장 중 1950년대생 사장을 모두 1960년대생으로 교체했다.
KB금융 계열사 CEO 중 이달 말 임기 만료로 교체 대상에 오른 사장은 총 9명이었으나 이 중 5명이 교체됐다. 특히 이들 중 1950년대생 CEO였던 김기헌 KB데이타시스템 사장(1955년생), 박지우 KB캐피탈 사장(1957년생), 정순일 KB부동산신탁 사장(1958년생) 등은 모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중 박 사장의 경우 지난 19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앞서 사의를 표명했다.
KB금융은 이들 CEO 교체에 대해 "재임기간 중 탁월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젊은 KB를 위해 용퇴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후임으로는 모두 1960년대생이 CEO로 신규 선임됐다. 김청겸 KB부동산신탁 신임 사장은 1962년생이며 황 신임 사장은 1964년생이다.
농협금융 역시 최근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 임기가 종료되는 1950년대생 CEO를 1960년대생으로 모두 교체했다.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농협금융 계열사 CEO는 이대훈 농협은행장과 서기봉 농협생명 사장, 오병관 농협손해보험 사장, 고태순 농협캐피탈 사장 등 4명이다.
이번 인사를 통해 1950년대생인 고태순 사장(1958년생)과 서기봉 사장(1959년생)이 물러나고 홍재은 농협금융 상무(1960년생)와 이구찬 농협중앙회 상무(1960년생)가 각각 농협생명, 농협캐피탈 사장으로 선임됐다.
지난달 임원인사를 단행한
우리은행(000030) 역시 임기 만료를 앞둔 부행장 중 1950년대생인 김영배(1958년생)·허정진(1959년생)·홍현풍(1959년생) 부행장을 모두 1960년대생으로 교체했다.
금융사들이 이처럼 주요 경영진 세대교체를 진행한 것은 올해 대부분의 금융사마다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내년부터 경영환경이 보다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특히 금융권에 디지털금융 열풍이 불면서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의 경영환경이 급속하게 바뀌고 있다.
이와 함께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지주 출범,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 등으로 올해보다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금융사마다 쇄신 차원에서 세대교체를 단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교적 연령이 높다고 해서 디지털 감각 등에 뒤처지는 것는 아니지만 내년에는 경쟁이 보다 심화되고 규제 강화 등으로 경영환경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조직쇄신 차원에서 이같이 교체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박정림 KB증권 신임 사장, 김성현 KB증권 신임 사장, 김청겸 KB부동산신탁 신임 사장, 황수남 KB캐피탈 신임 사장, 홍재은 농협생명 신임 사장, 이구찬 농협캐피탈 신임 사장. 사진/각사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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