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가을 한 태블릿PC의 실체가 드러나며 세상이 떠들썩했다. 비선실세 최순실의 '셀카'가 담긴 태블릿PC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 운영 문서 등이 담겨 있었다. 박 전 대통령 뒤에 '비선실세' 최씨가 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파장은 국정농단 세력 처벌로 순식간에 번졌다.
국정농단을 단죄하는 '스모킹건'으로 작용한 태블릿PC는 이후 보수 논객 변희재씨 등이 "태블릿PC를 입수한 JTBC가 임의로 파일을 조작해 최씨가 사용한 것처럼 조작 보도했다"고 주장하면서 때아닌 진실 공방에 휩싸였다. 최씨 역시 재판에서 '태블릿PC 조작 의혹'을 주장했는데 조작 논리는 이내 박 전 대통령 진영의 방어논리로 바뀌었다.
검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이 태블릿PC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작업이 이어졌다. 결과는 당연히 '최씨 것이 맞다'였다. 이후 특검·검찰 수사결과 발표 때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법원 판결에서도 태블릿PC 주인이 최씨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변씨 등은 "한마디로 태블릿PC가 최씨 것인지 입증된 바가 전혀 없다. 충분히 제가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물증 없는 주장을 계속했다.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합리적인 근거 없는 이들의 태도는 검찰의 영장 청구로 이어졌다. 법원은 10일 명예훼손 혐의로는 이례적으로 변씨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변씨 등은 공적 책임을 외면하고 언론인으로서 최소한의 사실확인을 위한 과정조차 수행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허위사실을 보도했다. 구체적인 해명자료를 제출한 바도 없다"고 지적했다.
첫 검찰 출석 당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용서해달라"고 말했던 최씨는 재판에서 시종일관 무죄를 주장하다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국정농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국민에게 상처를 안긴 대가였다. 이번에 법원은 "사회 불신과 혼란이 확대됐고 그로 인한 피해는 온전하게 사회 전체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국정농단 이후 태블릿PC 조작 주장을 국민에 대한 '2차 가해'로 판단했다.
법원의 우려처럼 변씨 선고 직후 법원 앞은 성난 '변씨 지지자'들의 사법부를 향한 비난으로 들끓었다. 이번 선고가 계속된 허위 사실 유포로 피해자들을 고통스럽게 한 것을 넘어 국정농단으로 인한 국민적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사회 갈등을 조장한 것에 대한 단죄가 아니었을까 생각하니 씁쓸해진다.
김광연 사회부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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