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전효숙 전 헌법재판관이 사단법인 '올, 젠더와 법 연구소' 창립기념식에서 “여자들끼리가 아니라 남성과 성소수자들이 모두 모여 젠더평등을 이야기하고 공감해야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전 전 재판관은 19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페럼타워 페럼홀에서 열린 사단법인 올, 젠더와 법 연구소의 창립기념 컨퍼런스 '젠더와 법, 과제와 전망'에서 전 이사장은 “젠더평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여성법학과 젠더법학 이론을 재정립해 남성들의 반격이 과연 논리적으로 합당한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가부장제와 권력관계 이론만으로 충분할지 용어 정비가 필요하고, 한가지 이론으로 일관되게 젠더평등을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세대별 다른 논리를 위한 논리가 필요하다”며 “성소수자에 대한 특정종교의 반대에 어떻게 대처할지도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 이사장은 이어 젠더법학에 대해 “여성주의(페미니즘)에 기초해 법과 법학, 법실무의 남성편향 문제를 규명, 비판하고 여성인권과 실질적인 남녀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법이론과 실천방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법여성학이 발달했다”며 “2000년에 이르러서는 법여성학의 이념과 경험을 토대로 해 젠더를 분석 요소로 해 여성을 포함한 젠더에 의한 다양한 피해자의 인권을 실현하고자 하는 젠더법학이 출현해 성장해 왔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법원 판결을 인용해 “최근 대학교수의 학생들에 대한 언동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를 가리는 사건에서 ‘법원이 성인지적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하고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 고려해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판단하라’고 판시했다”며 “법관의 인식변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사법부 내 젠더법 커뮤니티가 만들어져 다수 회원들이 연구하고 노력한 결과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끝으로 “그러나 젠더평등은 아직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다”면서 “법학 분야에서도 젠더 관련 문제는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 경향이 있고, 젠더담론은 법체계 내에서 적극적으로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수안 연구소 대표(전 대법관)는 “올, 젠더와 법 연구소는 젠더를 고리로 행복한 삶과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지향한다”면서 “인문·사회·철학·종교·의학 등 어느 하나 젠더와 관련되지 않는 분야는 없는데 여러 분야의 지혜로운 분들과 교류하겠다는 희망을 품고 우선 법학자와 재야 법조인이 모였다”고 설립 취지를 밝혔다.
연구소는 학술연구, 학술지 등 연구서적 발간과 젠더, 인권 분야의 공익소송 발굴 및 지원, 공공 및 민간단체와의 협력사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 이사장, 전 대표와 함께 법무법인 원에서 대표를 맡고 있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이유정 변호사, 김진 변호사가 이사진으로 활동한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정현백 전 여성가족부 장관도 “법조인이 될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의 경우 젠더교육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젠더평등을 지향하는 연구소는 처음 생기는 것으로, 법조계에서도 젠더 이슈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며, 이는 매우 희망적”이라고 반겼다.
사단법인 올, 젠더와 법 연구소 창립기념컨퍼런스에서 전효숙 이사장이 기조강연을 하는 모습. 사진/최영지 기자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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