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항섭 기자] 기업공개(IPO) 시장은 냉랭하지만 새내기주 절반은 상장 후 주가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펀더멘탈을 기반으로 한 상승보다는 테마에 편승한 기대이 컸다. 이에 전문가들은 좋은 종목을 선택하는 '체리 피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14일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은 총 50개사다. 이중 현재까지 공모가 대비 주가가 오른 기업들은 26개사로 집계됐다.
올해 상장한 새내기들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평균 11.6% 올랐다. 코스피 상장사 5곳은 주가가 4.3% 올랐고, 코스닥 상장사 45개사는 12.5% 상승했다. 작년에 상장한 62개사의 평균 수익률 41.2%보다 뒤진 성적이지만 올해 증시 부진을 감안하면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 중인 것이다. 올해 코스피는 16.2% 급락했고, 코스닥도 15.9% 하락했다.
종목들의 수익률을 가른 것은 테마주에 속하는가 여부였다. 올해 코스닥 벤처펀드 덕분에 공모가는 어느 때보다 높게 형성됐다. 이로 인해 테마주로 분류된 종목들은 급등했고, 테마주에서 빠진 종목들은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현대사료와 대유의 경우 남북경협 테마주로 주목을 받았고, 대보마그네틱은 2차전지 테마주로 분류돼 상승세가 나왔다. 또 엔지켐생명과학은 제약·바이오주로 묶여 크게 올랐다. 반면 노바텍은 희망공모가(1만2500~1만6500원)보다 낮은 1만원으로 공모가가 정해진 것이 유효했다.
이에 대해 최종경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IPO 시장은 규모가 작은 상장이 많았지만 공모가는 작년보다 높게 형성됐다”면서 “코스닥 벤처펀드가 공모가를 정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주로 남북경협주가 많이 올랐다”면서도 “현재 주가가 밸류에이션에 맞는 가격인지는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공모주라고 해서 막연한 기대감을 갖지 말라고 조언한다. 통상 IPO시장에 나온다는 것은 공모로 자금을 조달해 사업 확대·신제품 연구개발 등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공모가가 펀더멘탈 대비 과도하게 높게 정해지면 상장 후 주가가 오르기 힘들다. 또 상장 후 공모자금이 사용 목적에 맞게 쓰이고 있는지 확인도 필요하다.
애경산업(018250)의 경우, 공모자금 중 일부를 화장품업체 인수·합병(M&A)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애경산업은 M&A를 통한 사업 확대로 직접 제조까지 나서고 있다. 애경산업의 주가는 상장 후 62.9%나 올랐다.
테슬라 상장 1호였던
카페24(042000)는 실적 안정과 사업 확대 계획으로 눈에 띄는 주가 상승률을 보여주고 있다. 카페24는 공모자금으로 플랫폼 확장,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3분기 영업이익은 114% 증가했다. 성장 기대감에 카페24의 주가도 61.4% 상승했다.
이지훈 SK증권 연구원은 “대내외적 악재들로 인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고, 공모 일정을 시작한 기업들이 우르르 몰려나온 상황에서 공정한 기업 가치 평가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좋은 것만 선택하는 체리 피킹(Cherry Picking)이 필요하다”면서 “다급하게 진행되는 현 IPO 시장에서는 이 방법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신항섭 기자 kalth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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