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책임)"지구 기온 상승 1.5도 이내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 채택될까
2018-10-07 13:41:18 2018-10-07 14:39:26
올여름 최악의 폭염으로 지구촌 곳곳이 몸살을 앓았다. 지난 8월 강원도 홍천의 기온은 국내 기상관측 역사상 최고기온인 41도까지 치솟았다. 일본은 지난 7월18일부터 23일까지 엿새간 폭염으로 94명이 사망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 등 일부 지역의 기온은 50도를 넘어섰다. 북극권에 속하는 스칸디나비아반도의 기온조차 30도를 넘는 등 기록적 폭염은 전 세계를 강타했다.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총회 개최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과도한 온실가스 방출 등의 인위적 요인이 이상기후의 원인으로 지적되면서 매년 급격하게 변화하는 기후에 대비해야 한다는 데에 전 세계가 공감대를 형성한 지는 오래다. 2015년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는 전 세계 모든 국가에 지구 온난화 완화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의 파리협정을 체결하고,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 1.5도 목표의 영향, 감축경로 등을 평가하는 '1.5도 특별보고서'의 작성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지난 1일~5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는 파리협정에서 기준으로 삼은 목표를 다시금 살펴보고, 이에 대한 구체적 근거와 정책적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채택하기 위해 IPCC 제48차 총회가 열렸다. 이번 총회는 135개국 정부대표단 및 국제기구 대표 등 총 570여명이 참석했다. 이회성 IPCC 의장은 1일 개회식에서 "특별보고서는 IPCC의 과학적 무결성을 유지하며, 건설적이고 협력적 정신으로 함께 힘을 합쳐 강력하고 확실한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지난여름 세계 도처에서 발생한 폭염, 홍수 등 극심한 기후 영향이 자연의 경고임을 상기시키고, 이러한 위기 인식을 바탕으로 파리협정을 성실히 이행해 나가면서 지속가능한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국제 사회의 책임을 강조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1988년 공동 설립한 국제기구로 기후변화가 가져오는 영향 및 이에 대한 대응정책에 관한 평가보고서 작성을 목적으로 한다. 이번 총회를 통해 집필될 제6차 평가 보고서 외에 지금까지 5번의 평가보고서가 작성됐고, 현재 총 195개의 회원국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제6대 IPCC 의장국으로서 이번 제48차 IPCC 총회를 개최했으며, 제6차 평가보고서 집필 참여(총 18명), 태스크 그룹 참여 확대 등을 통해 IPCC에서 역할을 점차 늘리고 있다.
 
전 세계 과학자가 참여해 발간하는 IPCC 평가보고서(AR·Assessment Report)는 그간 기후변화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했다. 이에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는 이 보고서를 정부 간 협상의 근거자료로 활용했다. 1990년의 '제1차 평가보고서'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을 출범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제2차 평가보고서'는 교토의정서 채택의 근거가 됐다. 2014년에 나온 '제5차 평가보고서'는 파리협약 채택의 과학적인 토대가 됐다.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총회가 열린 1일 오전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컨벤시아에서 이회성 유엔 IPCC 의장을 비롯한 세계 기후 관련 기구 관계자들이 개회식에 참석했다. 왼쪽 두번째부터 지안 리우 유엔환경계획(UNEP) 과학국장, 옐레나 마나엔코바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차장, 김은경 장관, 이회성 유엔 IPCC 의장, 김종석 기상청장, 박남춘 인천광역시장, 유세프 나세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적응프로그램 국장. 사진/뉴시스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
 
이번 총회를 거쳐 IPCC는 '제6차 평가보고서(AR6)'를 발표하게 된다.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과학적·기술적 평가에 관한 발간자료인 '평가보고서(제1·2·3실무그룹 보고서 및 종합보고서)', 평가보고서 외 특별한 주제에 대해 발행하는 보고서인 '특별보고서('지구온난화 1.5도', '변화하는 기후에서의 해양 및 빙권', '기후변화와 토지')', 국가온실가스 인벤토리 준비를 위한 실용적 가이드라인이자 UNFCCC 당사국이 인벤토리 보고에 활용될 '방법론보고서'로 이뤄져 있다.
 
이번 총회의 관건은 파리협정 후 신기후체제 기후변화 국제 협상에 있어서 주요 근거자료로 이용될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의 승인 여부다.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는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온실가스 배출경로와 온난화 영향 정도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을 담게 된다. 총회를 통해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의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SPM)'은 한 문장씩 검토되며, 모든 회원국의 동의하에 최종 채택이 이뤄진다.
 
개회식을 제외한 모든 행사가 비공개로 진행됐기에 특별보고서의 승인 결과와 주요 내용에 관해서는 아직 알 수 없다.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 대한 IPCC 의장단의 공식 발표는 8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000쪽 분량에 달하는 전체 보고서는 최종 수정을 거쳐 이달 하순에 발표될 예정이다. 나머지 두 특별보고서는 2019년에 발간된다. 실무그룹 보고서는 기후변화 과학을 다루는 '제1실무그룹 보고서', 기후변화 영향·적응·취약성을 다루는 '제2그룹 보고서', 기후변화 완화를 다루는 '제3실무그룹 보고서'로 구분돼 2021년에 발간될 예정이다. '방법론 보고서'는 2018년에, '종합보고서'는 2022년에 발간된다.
 
채택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의 전 지구적 이행점검은 2023년 처음 시행될 예정이다. 첫 이행점검 전에는 12월2월~14일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리는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에서 탈라노아 대화('Talanoa'는 태평양 도서지역 국가들의 포괄적·참여적·투명한 대화 방식을 의미하며, 파리협정 장기 목표 이행 현황을 점검하고 촉진하기 위한 대화의 장이다. 2018년 연중 개최되며, 준비 단계와 정치적 단계로 나누어 진행된다)의 참고 자료로 사용함으로써 각국의 감축 노력에 기여할 수 있는 일련의 기술·정치적 과정을 점검할 예정이다.
 
사학·공무원 연금, 국내 최초 탈석탄 투자 선언 
 
IPCC 총회에 발맞춰 일부 단체들은 우리 사회가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함을 강조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IPCC 총회 기간 한국의 금융기관들이 국내 언론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외신 앞에서 '탈석탄 투자'를 선언하도록 유도하는 관여 활동을 전개했다.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금융기관의 지향점을 제시한 것이다. 그 결과 사학연금공단과 공무원연금공단이 이에 응답했다. 
 
지난 4일 사학연금공단과 공무원연금공단은 기자회견을 통해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하로 제한하는 인류 공동의 노력을 기관투자자로서 적극 지지하고 동참한다"며 "석탄발전이 기후변화와 미세먼지의 주요요인임을 인식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국내외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관련 회사채 등을 통한 금융 투자 및 지원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재생에너지 신규 투자와 기존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지속가능 투자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과 함께 한국의 3대 연기금으로 꼽힌다. 사학연금의 기금 규모는 2017년 말 기준으로 19조2103억원이며, 금융자산운용액은 15조8404억원이다. 공무원연금의 기금규모는 11조원이며 금융자산운용 규모는 8조원에 달한다.
 
그린피스 한국사무소의 장마리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환영문을 통해 "한국 금융기관 최초의 석탄투자 중단 선언을 적극 환영한다"며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과 같이 한국을 대표하는 공적 금융기관이 여전히 신규 해외 석탄발전소 투자를 지속하는 중에 이뤄진 두 기관의 선언은 더욱 뜻깊다"고 밝혔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의 이종오 사무국장은 이번 선언에 대해 "두 기관의 탈석탄 선언은 다른 공적연기금과 정책 금융기관, 공제회는 물론 시중 금융기관의 탈석탄을 유도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 변화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책임 있는 계획수립과 이행을 촉구했다. 지난 3일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인 청소년기후소송단·청소년기후소송 지원단은 IPCC 총회가 열린 인천 송도 컨벤시아 앞에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의 채택을 촉구하는 퍼포먼스 및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국내에서 청소년기후소송을 추진하고 있는 100여명의 청소년들이 참가한 이번 행사는 참가자들의 자유발언과 기자회견문 낭독,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의 채택을 요구하는 플래시몹 퍼포먼스 순으로 진행됐다. 행사 중간에는 이회성 IPCC 의장과 압달라 목씻(Abdalah Mokssit) IPCC 사무국장이 나와 청소년들을 격려했다.
 
지난 3일 청소년기후소송단·청소년기후소송 지원단이 인천 송도 컨벤시아 앞에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의 채택을 촉구하는 퍼포먼스 및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KSRN
소송단은 선언문을 통해 "세계는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며 "정부는 더욱 적극적으로 온실가스감축 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탈핵·탈석탄을 비롯한 에너지전환 정책을 제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지난 1만년 동안 지구의 온도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1880년부터 2012년까지 지구의 연간 평균 온도는 0.85도나 상승했다. 이러한 온도상승 추세는 어느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 지구 전체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어느 국가도 기후 변화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다.
 
기후변화센터는 현재와 같이 지구의 평균 기온상승률이 유지될 경우 21세기 말 지구 평균기온은 3.7도까지 오르게 되며, 2080년~2100년 즈음에는 해수면이 63㎝ 상승해 전 세계 주거가능 면적의 5%가 침수된다고 밝혔다. IPCC 역시 제5차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기후변화가 지속된다면 식량생산 감소, 육상생태계의 멸종 위기 증가, 홍수로 인한 토양 유실 등 인류 및 자연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이 있을 것이며, 그 위협은 점차 증대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소록 KSRN 기자
편집 KSRN집행위원회(www.ksrn.org)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