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국법관대표 80%, '영상재판' 도입 부정적
사법발전위에서도 의견 엇갈려…'찬성안'·'신중검토안' 모두 제시
2018-10-02 23:45:00 2018-10-02 23:54:19
[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전국법관대표들 가운데 80%가 대법원이 추진 중인 온라인 재판(영상재판)에 부정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대법원이 지난 2015년부터 추진하는 영상재판 도입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총 인원 117명 중 59명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34명(58%)이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답했고, 13명(22%)이 도입 반대의 뜻을 밝혔다. 나머지 12명(20%)만 영상재판 도입에 찬성했다. 비록 응답자가 전체의 과반수를 가까스로 넘겼지만 추석 연휴가 끼어 참여율이 높진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이날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위원장 이홍훈 전 대법관) 9차회의에서도 판단이 엇갈렸다. 위원회에 따르면 위원들간 찬성론과 신중론이 부딪히면서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하고 찬성안과 신중검토안 두 의견 모두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제시됐다.
 
찬성입장에 선 위원들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따라 전자소송이 정착된 현실에서, 국민들이 법원에 보다 쉽고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고 재판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새로운 재판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위해 소송당사자 및 대리인이 컴퓨터 등을 이용해 재판에 참석하고 변론 등을 할 수 있는 영상재판이 병행될 수 있도록 인적·물적 여건을 조성하고, 관련 법령을 정비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반대·조건부 반대 입장에 선 위원들은 "영상재판의 도입은 제도의 유용성, 경제성 등의 측면에서 시행 여부는 물론 시행 시기와 방법, 범위 등에 관해 일반 국민, 법원 구성원 및 이해관계 있는 법조직역 관계자들의 추가적인 논의와 공감대를 거쳐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앞서 이 문제를 논의한 사법발전위 산하 전문위원 제1연구반에서는 "재판관계인이 거주하고 있는 장소에서 법정이 설치돼 있는 법원까지 이동하지 않아도 된다는 접근성 측면에서 기존 재판보다 이점이 있다"면서도 "제3자가 본인임을 가장해 부당하게 재판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고, 법정에서 오감에 의해 직접 얻었던 다양하고 생생한 정보 일부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누구든지 영상재판에 인터넷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경우 정보유출, 해킹 등 보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재판을 진행할 경우 재판의 원할한 진행을 방해할 요소에 대한 즉시 대응이 어렵다"고 우려했다.
 
재판부의 사건 부담이 가중되고, 현장성 감소 등을 이유로 영상재판 회부에 소극적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재판부의 영상재판운영 숙지, 재판관계인에 대한 설명 등 추가 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에 영상재판 도입을 위해서는 법관 증원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영상재판이 시행되는 독일의 사례를 들어 "민사, 형사 등 대부분 사건에서 영상신문 및 변론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 규정이 구비됐지만 이용현황으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결국, 장기적 관점에서 현행 재판이 원격영상재판 또는 온라인 재판으로 변화하는 흐름을 외면할 수 없지만  독일이나 국내 법원 내 영상재판 선례처럼 실제 재판에서 활용이 되지 않을 것을 대비해 사업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법관들과 사법발전위의 대체적인 의견으로 보인다.
 
국내 각급법원에서는 온라인재판 추진에 앞서 이미 2016년 9월부터 영상재판을 시행 중이다. 이 역시 실제 법정에서보다 진술 생동감이 저하되는 등 이용이 꺼려지고 제도 수요자가 많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9월10일 오전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참석한 일선 판사들이 최기상 의장의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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