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0월 초 4차 방북을 앞둔 가운데 북미 양측이 꺼내들 카드에 관심이 쏠린다. 우리 정부의 비핵화 중재 노력도 이어질 전망이다.
폼페이오 장관 방북 시 최우선 현안은 ‘종전선언’ 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리용호 북 외무상은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3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 없이는 국가(북한)의 안전에 대한 확신이 있을 수 없다”며 “그런 상태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리 외무상이 언급한 ‘신뢰’ 조치는 종전선언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비핵화 조치의 선행조건으로 종전선언이 이뤄져야 한다고 수 차례 언급해왔다.
종전선언의 법적 의미에 치중하는 한편 ‘핵 리스트’ 신고 등이 필요하다며 난색을 표했던 미국의 경우 우리 정부의 끊임없는 설득에 따라 입장 변화가 엿보인다. 종전선언이 전쟁을 종식하는 의미의 ‘정치적 선언’이며 유엔사 지위 해체나 주한미군 철수 등과는 관계없다는 우리 정부의 주장을 이해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 차 방미 중이던 지난 25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빠른 시기에 종전선언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공감대가 (한미 사이에) 대체로 (형성)됐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당장은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 실행조치와 종전선언의 선후관계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하지만 현재 북미 간 물밑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어느정도 의견접근이 이뤄졌을 수 있다. 미 국무부는 “(북미 정상 간) 약속들을 이행하는 것에 관해 북한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종전선언 문제에서 접점을 찾을 경우 남북 정상이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거론했던 ‘영변 핵시설 폐기’와 같은 추가조치가 이어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영변 핵시설 폐기는 북한이 ‘미래 핵’을 포기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후 북미 간 이견이 어느정도 조율될 경우 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는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동행한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최근 “아직 정상회담 장소나 일정이 실무자 선에서 확정된 것이 없다고 알고 있다”면서도 “11월 미국 중간선거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10월 말 정도에 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소로 서울 또는 판문점이 유력하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이슈 선점 차원에서 회담 날짜를 미리 발표를 할 공산도 크다. 그러나 방북결과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선거 악영향을 고려해 북미 정상회담을 11월 중간선거 이후로 미루거나 보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중재노력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리 외무상은 기조연설에서 최근 개선된 남북관계를 “만일 비핵화 문제의 당사자가 미국이 아니라 남조선이었다면 조선반도 비핵화 문제도 지금 같은 교착상태에 빠지는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우리 정부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며 향후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난관 봉착 시 조율을 요청하는 메시지로 읽힌다. 실제 문 대통령은 방미 중 ‘지금 이 상황에서 (북한이) 속임수를 쓰거나 시간 끌기를 해서 도대체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는가. 그렇게 되면 미국이 강력하게 보복할 텐데 그 보복을 북한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하며 “이번에야말로 북한의 진정성을 믿어 달라”고 강조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이 유엔총회에서 ‘선 비핵화, 후 제재완화’ 입장에 쐐기를 박은 상황인 만큼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협상에서 대북제재 완화 등 추가 조치 논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
(왼쪽부터)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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