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수석부회장으로 그룹 총괄…현대차그룹, 경영권 승계 속도
정몽구 회장 결단…지배구조 개편 및 실적 회복 등 과제도 산적
2018-09-14 14:55:42 2018-09-14 15:35:17
[뉴스토마토 황세준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서두른다. 정몽구 회장의 상징적 역할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정 부회장이 그룹 주요 경영 현안을 실질적으로 챙기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14일 정 부회장을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임명했다. 정 부회장은 부친인 정몽구 회장을 대신해 그룹의 경영 업무 전반을 총괄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사에 대해 "글로벌 통상문제 악화와 주요 시장의 경쟁구도 변화 등 경영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그룹 차원에서 통합적 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몽구 회장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산업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아 그룹의 미래 경쟁력 강화와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역량 강화의 일환"이라고 부연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그룹 전반을 총괄하는 수석부회장 직급이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부회장의 공식 직함은 지금껏 '부회장'이었다.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란 직함이 의미하듯, 정 부회장은 사실상 차기 그룹 회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특히 이번 인사가 정 회장의 결단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정 부회장의 위상 또한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연말 인사에서 그의 색깔이 강화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그룹 경영 전반의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정 회장에게 보고하고 재가를 받아 실행하게 된다"며 "정 회장을 보좌하는 역할"이라고 강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책임경영 및 총괄 차원에서 계열사 등기임원에 추가로 선임될 가능성도 있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등 6개 계열사의 등기임원을 맡고 있다. 현대차그룹 측은 "등기임원 선임 여부는 각 계열사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결정할 사안으로 이번 인사와는 별개"라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 부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정 부회장은 오랜 경영수업 끝에 지난 2016년 경영 전면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현대차의 '체질'을 바꾸는 데 주력해 왔다.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지금껏 해왔던 제조업 방식의 접근이 아닌, 아닌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개방형 혁신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이는 곧 타 업종과의 경계를 허무는 융·복합으로 이어졌으며, 개방과 협업 등의 방법론이 동원됐다.
 
이를 위해 정 부회장은 직접 글로벌 현장을 누비면서 협업과 M&A를 주도했다. 현대차의 전체 타법인 출자 건수 중 지난 2년여간 이뤄진 게 절반(계열사 및 범현대 제외)에 달한다. 올 초에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향후 5년간 차량 전동화, 스마트카, 로봇·인공지능, 미래 에너지, 스타트업 육성 등 미래 사업에 2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그룹 차원의 청사진도 제시한 바 있다.
 
당면한 최대 과제는 '지배구조 개편'이다. 이는 곧 경영권 승계와 직결된다.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는 현대차는 현 정부 들어 지주사 전환 압박에 시달려 왔다. 일감몰아주기 또한 현대차를 괴롭히는 단골 메뉴였다. 이를 해결하고자 현대모비스를 분할하고,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안을 내놨으나 시장의 반대로 철회한 바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 정부의 압박이 여전해, 정 부회장으로서는 이른 시일 내에 새로운 카드를 내놔야 하지만 마땅한 돌파구가 없어 고민은 깊다. 중국과 북미 등 최대 전략시장에서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점도 정 부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한편 정 부회장은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북한 평양에서 열리는 3차 남북 정상회담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과 함께 경제계를 대표해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청와대의 요청이 있었다. 정 부회장으로서는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직함을 달고 처음으로 나서는 대외적 행보가 될 전망이다. 그 첫 선이 남북 경협이다.
 
황세준 기자 hsj12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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