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향후 기업을 가장 잘 이끌 것 같은 재벌 3·4세 조사 결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해당 항목에 대한 첫 조사가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20% 이상의 지지를 얻으며 선두 구광모 LG 회장과의 격차를 절반 이상 줄였다.
11일 발표된 '9월 대한민국 재벌 신뢰지수' 결과, 이재용 부회장은 '향후 기업을 가장 잘 이끌 것 같은 3·4세' 항목에서 20.78%의 지지를 얻으며 2위에 올랐다. 조사 첫 달 17.80%를 기록한 이후 두 달 간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달 들어 3%포인트가량 급증하며 이름값을 해냈다. 전체 조사대상 12명 중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달 삼성전자가 180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 및 4만명의 직접고용 계획안을 내놓으며 막힌 한국경제의 혈을 뚫은 것이 이 부회장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특히 130조원을 국내에 투자, 재계가 주장해왔던 낙수효과를 실질적으로 기대할 수 있게 됐고, 약 70만명의 고용 유발은 청년실업 현실에 단 비가 될 전망이다.
1위는 여전히 구광모 회장이 차지했다. 다만 구 회장의 지지도는 24.48%로 전달보다 1.65%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따라 구 회장과 이 부회장의 지지도 격차는 6월 9.12%포인트에서 9월 3.7%포인트까지 축소됐다. 구 회장이 LG 총수에 등극한 지 100일 다 돼 가지만, 아직 그만의 색깔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신뢰는 의문으로 점차 변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그룹을 승계할 후계자였음에도 베일에 가려진 채 대중에 알려지지 않은 점도 그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의문을 키운다. 물론 선친인 구본무 회장의 별세에 대한 충격과 갑작스런 승계, 대내외 시선의 부담 등도 신임 구 회장에게는 부담이다. 구 회장은 아직까지 대외 행보를 최대한 자제하며 그룹의 주요 현안 파악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상위권 순위에 큰 변화는 없었다. 구광모 회장, 이재용 부회장에 이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15.20%),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10.10%), 허윤홍 GS건설 전무(7.25%)가 네 달 연속 상위권에 포진했다. 이들에게 전체 지지도의 80% 가까이가 집중된 현상도 그대로였다. 현역에서 활약하며 인지도를 높인 것도 편중된 지지도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조원태 대한한공 사장이 0.78%로 이달에도 최하위에 머문 가운데, 중하위권에서는 자리를 맞바꾸는 순위 변동이 있었다.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은 전달보다 0.38%포인트 오른 4.90%로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4.77%)을 제치고 6위에 올랐다.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4.17%)와 박정원 두산 회장(3.75%)도 순위가 뒤바뀌었다. 특히 김 전무는 첫 달 11위에서 7월 9위로 도약한 이후 두 달 만에 한 계단 더 올라서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4개월 간 가장 큰 순위 변동이다. 부친인 김승연 회장이 여전히 보복폭행의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동생들마저 갖은 일탈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며 부담이 됐지만, 경영에만 집중한 점이 끝내 지지로 연결됐다는 평가다. 하위권에서는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과 조현준 효성 회장이 나란히 1.91%의 지지를 얻어 공동 10위에 랭크됐다. 두 사람 모두 전달보다 지지도가 소폭 하락했다.
재벌 3·4세에 대한 평가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시한 30대그룹 중 후계 구도가 비교적 명확한 12개 그룹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전체 500명의 응답자가 순서대로 3명의 3·4세를 뽑고, 순위별로 가중치를 적용해 최종 결과를 산출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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