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제한) 규제를 완화하는 특례법 처리가 이번주 분수령을 맞는다. 이미 정부와 여당은 은산분리 ‘제한적 완화’ 입장으로 전향적으로 돌아섰으며, 여야 교섭단체 원내 대표들도 8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을 처리하자고 합의한 상태다
은산분리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지분을 의결권 있는 주식 4%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다. 은행이 대기업의 사금고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고 기업 부실이 은행으로 전가돼 금융시스템이 불안해지는 사태를 막기 위한 규제였지만, 이제는 '개혁 대상 1호'로 지목받는 형국이 됐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지난해 출범한 인터넷은행은 서비스의 편리성과 금리 혜택을 무기로 초반 흥행 돌풍을 이어갔다. 처음엔 기존 은행권을 긴장하게 하는 ‘메기효과’가 있었다. 인터넷은행의 강점인 비대면 거래가 은행권 전반에 확산됐고, 기존 은행들은 대출금리와 수수료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금융소비자들은 이득을 봤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인터넷은행의 여수신 규모와 고객 수의 폭발적 증가세는 갈수록 시들해졌다. 현재 인터넷은행의 자산 비중은 전체 은행의 0.2%에 불과하다. 금융권에 활력을 불어넣을 '메기'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미꾸라지'에 불과했다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인터넷은행 사업을 주도할 수 있도록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에서는 은산분리 완화라는 큰 틀의 공감대는 이뤘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에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얼마나 허용할 것인지를 두고도 25~50%까지 지분한도가 제각각이다. 개인 총수가 있는 대기업 집단은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될 수 없도록 하는 자격기준을 놓고서도 이견이 상당하다.
시민단체와 일부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반발하고 있어 막판 진통이 예상된다. 부작용을 막기 위한 논의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히는 '재벌의 사금고화'는 당연히 일어나선 안 된다. 대기업의 금융 소유 욕구가 어느 때보다 줄었다고 하지만, 재무적인 위기를 겪게 되면 사금고화 유혹을 떨치기 쉽지 않다는 우려도 타당성이 있다.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추진했다가 뒤탈이 난 사례를 봐도 그렇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6년 은산분리 완화가 될 것이라는 전제를 두고 인터넷은행을 서둘러 출현시킨 바 있다. 당국은 '금융 신산업 진흥'이라는 당시 정책 목표를 우선순위에 뒀기 때문이라고 해명하지만, 인가 과정에서의 특혜논란은 지금까지 인터넷은행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다만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일도 필요하지만, 그것이 규제 완화의 발목을 잡는 덫이 돼선 안된다. 은산분리 대원칙 자체를 무조건 '구시대적 유물'이라고 치부하는 것이 아니다. 은산분리를 신줏단지 모시듯 고집하는 '망령'을 떨쳐내야 한다는 얘기다. 국회에 은산분리 완화를 위한 법안들이 다수 상정된 건 그만큼 ICT기업들이 대주주로서 확고한 경영 기반을 가지고 있어야 혁신적인 금융이 실현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제는 논의가 많이 진행된 분야이니, 보완장치가 필요한 부분은 제대로 갖추면서 합의에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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