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세준 기자] 7월 수입자동차 판매량이 전월 대비 두 자릿 수 감소했다. 아우디폭스바겐의 연쇄 할인 예고에도 잇따른 품질 논란이 구매 심리 위축으로 이어졌다.
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판매실적)은 2만518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2만3311대) 대비 12% 감소한 것이다. 올해 들어 전월비 두 자릿수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지난 3월 2만6402대를 기록한 이후 4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또 지난달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13.2%로 전월(15%) 대비 1.8%p 하락했다. 전체 판매대수는 15만4310대로 전월(15만5138대)와 비슷했지만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7월 내수 판매량이 총 13만3792대로 전월 대비 0.2% 증가한 게 배경이다. 7월까지 수입차 누적 등록대수는 16만627대로 전년 동기 대비 18.3% 증가했다. 7월 판매량 급감으로 지난 상반기까지 전년비 18.6% 증가한 것에 비해 둔화됐다.
수입차는 잇따른 품질 문제가 불거지면서 신뢰를 잃고 있다. 특히 BMW는 최근까지 알려진 것만 31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주행 중인 차량뿐만 아니라 주차 중인 차량, 리콜 안전진단을 완료한 차량에서도 불이 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중이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이달 중 'A3'와 '파사트 TSI'를 "좋은 가격"에 선보이겠다고 예고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실제 구매 가능한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품질 논란을 잠재우려는 의도적인 마케팅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앞서 지난 6월엔 메르세데스-벤츠 트럭 차주들이 독일 다임러AG 본사 및 다임러트럭코리아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5월엔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가 유로6 엔진에 대한 배출가스 조작 소송에 휘말렸다.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벤츠, BMW 등 5개사가 디젤엔진 질소산화물 제거에 사용하는 요소수 탱크 크기를 담합한 혐의 관련 소비자 소송도 진행 중이다.
7월 브랜드별 판매량을 보면 메르세데스-벤츠가 4715대로 전월 대비 24.5% 감소한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1위를 수성했다. 라이벌인 BMW가 전월 대비 5.6% 떨어진 3959대에 그쳤기 때문이다. BMW는 올해 들어 가장 저조한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2월에 6118대로 벤츠(6192대)와 격차가 불과 74대에 불과했고 5월까지도 벤츠 5839대, BMW 5222대로 추격을 지속했지만 화재사건이 불거진 지난 6월 4196대로 급감하더니 결국 4000대마저 무너졌다.
폭스바겐은 1627로 3위, 아우디는 1427대로 4위를 기록했다. 이어 토요타(1270대), 포드(1033대), 랜드로버(1007대), 미니(851대), 볼보(814대), 렉서스(741대), 혼다(704대), 크라이슬러(507대), 푸조(371대), 닛산(351대), 포르쉐(321대), 재규어(225대), 인피니티(163대), 마세라티(151대), 캐딜락(147대), 시트로엥(102대), 벤틀리(21대), 롤스로이스(11대)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BMW 화재 원인이 명확히 규명돼 소비자 불안이 잠재워 질 때까지 수입차 시장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는 원인 분석에 10개월이 소요된다고 밝힌 가운데 이르면 2~3개월 내 규명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배기가스순환장치(EGR)은 대기환경보전법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노하우를 가진 환경부가 국토부와 함께 합동 조사에 나선다면 규명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무엇보다 원인 규명이 10개월씩 걸려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수입차 품질 사태가 반사 이익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고객 사로잡기에 나선 상황이다. 개별소비세 인하분에 자체적으로 수십만~수백만원의 할인 혜택과 72~120개월의 초장기 할부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9월부터는 환경부가 기존 모델에 대해서도 새로운 디젤차 연비 측정방식 규제를 도입하기 때문에 승용 디젤 모델에 대한 고객 신뢰 하락도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다만, 수입차 소비 심리 위축이 전반적인 자동차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수입차 주요 구매층이 국산차로 이동하지 않고 신차 구매 시기를 뒤로 미룬다는 것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박사는 "수입차의 잇따른 품질 문제는 단기적으로 국산차 구매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지만 효과는 길지 않을 수도 있다"며 "만약 (BMW) 품질 사태 수습이 원활히 이뤄지고 다른 수입차 업체들이 판촉을 강화할 경우 그동안 나타났던 수입차 성장 흐름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윤대성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부회장은 "7월 수입차 시장은 일부 브랜드의 물량 부족으로 전월 대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황세준 기자 hsj121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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