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강력하게 추진해온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의 윤곽이 드러났다.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는 29일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방안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를 바탕으로 김 위원장의 '재벌개혁'이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정무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뉴시스
재벌·대기업 개혁 '법'으로 해결
공정거래법은 1980년 제정됐다. 이후 27번의 부분 수정을 거치면서 법 규정과 체계상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유진수 특위위원장은 "과거 고도성장기, 산업화 시대의 규제틀로는 변화된 경제 여건과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경제 현상을 효과적으로 규율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특히 기업들의 편법적인 지배력 확대 수단이 계속 늘어나면서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해 규제를 회피하는 사례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롯데의 경우 해외계열사를 통해 지배구조를 강화했고,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이번 개편안에 해외계열사의 공시 의무가 포함되기도 했다.
김 위원장도 법 개정에 강한 의지를 밝혀왔다. 김 위원장은 최근 열린 학술대회에서 "대기업들의 자발적인 개선을 촉구한 후,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법을 개정해 재벌개혁을 완수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취임 당시 표방했던 재벌개혁을 법 테두리 안에서 해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정 기업을 타깃으로 압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법 개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결하는 방향을 잡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재벌과 대기업도 한국 경제의 자산'이라는 표현을 쓰며 압박 대신 기업들이 스스로 개혁에 나서줄 것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취임 이후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그의 표현처럼 재벌개혁보다는 갑을관계와 불공정 거래 해소에 주력했다.
실제로 공정거래조정원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조정신청 접수 건수와 처리 건수가 1788건, 165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 33% 증가했다. 지난해 접수 및 처리건수도 2016년에 비해 각각 38%, 36% 증가했다. 김 위원장 취임 이후 '을'의 권리 찾기가 활발해지고 더 이상 갑의 횡포를 묵과하지 않겠다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됐다는 평가다.
8월 입법예고…법 통과 이후 강력한 행동 시사
이제 김 위원장에게 남겨진 숙제는 재벌개혁이다. 특위의 공정거래법 개편안이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범위 확대, 공익법인 의결권 행사 제한 등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흐름을 같이 하고 있다.
최근 김 위원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재벌개혁의 기조가 느슨해진 것은 절대로 아니며 소득주도 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세 개의 톱니바퀴가 같은 속도로 맞물려 돌아가야만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 대통령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재벌 총수들을 만나며 '친기업' 행보 논란이 일고 공정위의 태도 변화를 예상하는 관측이 나온 데 대한 김 위원장의 답변이다.
김 위원장은 한 학술대회에서도 "한국경제 성장의 상징이었던 낙수효과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환경에 직면했다"며 "대기업의 성장이 더 이상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배분되지 않고, 오히려 대기업은 결실을 얻기 위해 경쟁을 제한하고 독점적인 지배체제를 구축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생존기반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동안 기업에 시그널을 줄만큼 줬고, 공정거래법 개편안 이후 김 위원장이 이를 발판으로 재벌과 대기업에 대해 보다 강력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공정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법 개정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임기 동안 개혁을 완성하겠다는 목표를 강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특위의 최종보고서를 바탕으로 8월에 입법예고를 할 예정이다. 김재신 경쟁정책국장은 "이번 권고안에서 어느 정도 범위를 개편안에 담을 것인지는 공정위의 몫으로 남아있다"며 "권고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깊이 검토하고 있으며 공정위의 입장은 8월 중순 입법예고하는 시점에 발표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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