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진영 기자] 삼성생명이 즉시연금 미지급금 약 4300억원(5만5000명)을 지급하라는 금융감독원의 요구에 일부만 지급하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최소보장연금액을 기준으로 미지급금을 지급하되, 사업비 등 나머지 금액은 법원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26일 "이사회에서 즉시연금 미지급금과 관련해 가입설계서 상의 최저보증이율시 예시금액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해 집행할 것을 권고했다"라며 "분조위의 요구는 이와 별도 사안으로 법원의 판단을 받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 향후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약관의 작성 및 개정, 보험금 지급, VOC 및 민원처리 프로세스를 재점검해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그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요구했다"라고 덧붙였다.
삼성생명 이사회가 사업비와 위험보장료를 포함해 과소지급된 연금을 지급하라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을 법원에 맡긴 이유는 쟁점이 크고 지급할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결정을 내리기 부담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를 제외하고 가입설계서상의 최저보증이율 예시금액을 기준으로 지급할 경우 사업비 등을 돌려줄 필요가 없게 돼 삼성생명이 지급할 금액은 당초 분조위의 결정보다 줄어들게 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즉시연금이란 보험료를 한꺼번에 내고 그 운용수익을 매달 연금처럼 받은 후 만기 때 다시 보험금을 돌려 받는 상품이다.
이번 즉시연금 사태는 금감원에 접수된 삼성생명에 대한 한 건의 민원이 발단이 됐는데, 2012년 삼성생명의 즉시연금에 가입한 A씨는 10억원을 한번에 내고 최저보증이율(2.5%)이 적용된 최소보장액(월208만원)을 지급받기로 했다.
그러나 시장의 저금리로 2015년 10월부터 연금수령액이 점점 하락하자 지난해 6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 민원을 신청했다.
A씨의 연금수령액이 낮아진 이유는 일반적으로 보험사들이 자산 운용에 필요한 사업비 명목으로 일정액을 매달 연금에서 제외하고 지급하고 있는데, 저금리에 낮아진 운용수익, 사업비까지 제외되며 최소보장 연금액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분조위는 삼성생명이 즉시연금 약관에 사업비를 제외하다는 내용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해 11월 미지급금을 지급을 결정했고 삼성생명은 올해 1월 해당 약관 수정 후 분조위 결정도 받아들였다.
그런데 금감원이 지난 3월 그런데 A씨의 사례에 대해 유사 피해자 ‘일괄구제’를 적용하며 삼성생명 뿐만 아닌 생보사 전체의 문제로 번진 상황이다.
일괄구제에 따른 생보업계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전체 규모는 1조원 가량으로 추산되는데, 생보업계는 가장 비중이 큰 삼성생명의 결정을 주목해왔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처음 금감원의 요구대로 사업비까지 지급한다는 것은 보험 순리상 맞지 않아 부담되는 부분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26일 금융감독원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지급 요구에 대해 법원에 판단을 맡기겠다고 밝혔다. 사진/삼성생명
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