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먹여 살렸던 '카렌스'…19년만 '쓸쓸한 퇴장'
6월 생산분까지만 판매 후 단종, 시장 환경 변화로 '고전'
2018-07-08 17:00:00 2018-07-08 17:00:00
[뉴스토마토 황세준 기자]  한 때 기아자동차 최대 히트 상품이었던 '카렌스'가 출시 19년여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8일 기아차에 따르면, 회사는 카렌스를 이달부터 생산을 중단하고 단종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달 말까지 생산한 물량이 다 팔리고 나면 소비자들은 더 이상 카렌스를 구매할 수 없다.
 
회사 측은 "단종 후에도 당사 보증 정책 및 관계법령에 따라 구매자들에게 A/S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아차는 카렌스에 대해 3년·6만km 무상 보증 수리를 적용한다. 또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자동차 부품 보유기간을 8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더 뉴 카렌스. 사진/기아차
카렌스 단종으로 기아차의 RV(레저용 차량) 라인업은 9개에서 8개로 줄어든다. RV 중 MPV(다목적 차량) 라인업은 카니발만 남는다. 기아차는 단종 이유와 재고량, 후속 모델 출시 여부 등은 밝히지 않았다. 업계는 시장 환경 변화에 의한 판매량 감소가 단종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가족 구성원수 감소로  경차와 소형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인기가 높아지면서 카렌스가 팔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 카렌스 국내 판매량은 총 1155대다. 월 평균 193대 꼴이다. 기아차의 첫 중형 미니밴인 카렌스는 1999년 6월 1세대 모델 첫 출시 이듬해인 2000년 8만4081대(월 평균 7007대)가 팔리며 회사 전체 라인업 중 선두를 달렸지만 현재는 꼴지다. 모닝(2만9612대), 레이(1만4625대), 스포티지(1만7724대), 쏘렌토(3만5838대) 등에 비해서도초라한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0년 31.1%였던 4인 가구 비중은 2016년말 18.3%로 낮아졌다. 같은기간 1인 가구 비중은 15.5%에서 27.9%로 높아졌다. 2016년말 현재 대한민국의 평균 가구원수는 2.5명이다. 카렌스 경쟁 모델인 쉐보레 '올란도' 역시 올해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감소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주범으로 몰리며 현대차에 매각된 기아차가 부활하기까지 카렌스는 '효자' 노릇을 했다. 카니발보다는 작지만 최대 7명이 탑승할 수 있을 만큼 온 가족이 타고 다니기에 넉넉한 공간, 값싼 액화천영가스(LPG) 연료 사용 등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면서 출시 2년만에 20만대가 팔리는 등 중형 미니밴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지난 2002년 김뇌명 기아차 사장은 "카렌스는 기아차의 정상화를 앞당긴 효자 차종"이라며 "미니밴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서의 위치를 굳히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카렌스는 2011년 쉐보레 올란도가 출시되기 전까지 경쟁 상대가 없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008년 기아차 광주공장 방문 당시 카렌스 생산 현장을 직접 점검하며 애착을 보이기도 했다. 2013년 피터 슈라이어가 디자인 한 3세대 모델 출시 후 연간 판매량 5만3487대를 기록, 과거의 영광을 찾는 듯 보였다. 그러나 판매량은 2014년 4194대로 다시 급감했고 2015년 3702대, 2016년 3268대, 2017년 2791대 등 매년 줄었다. 
 
황세준 기자 hsj12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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