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신세계그룹 남매경영의 한 축을 이끌고 있는 정유경 총괄사장의 공격경영이 재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백화점사업이 성장 한계에 부딪힌 가운데 면세점과 화장품 사업에 투자 드라이브를 걸면서 그룹 내 입지도 한층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정 사장은 2016년 4월 오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각자 보유하고 있던 신세계와 이마트 지분을 맞교환해 정리하면서 백화점과 면세, 패션부문 사업을 맡아 책임경영을 유지해오고 있다. 정 부회장에 비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드물지만 최근 보여주는 경영행보는 두드러진다.
최근 신세계면세점이 업계 '빅3' 자리를 꿰찬 것도 가장 돋보이는 성과 중 하나다. 신세계면세점(신세계디에프)은 최근 연매출 1조원 안팎의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사업권을 따냈다. 이달 중엔 신세계면세점 강남점까지 오픈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다. 이에 따라 롯데와 신라로 양분돼 있던 국내 면세점 시장이 '빅3'로 재편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신세계는 지난달 22일 인천공항 T1 면세점 입찰 심사에서 경쟁업체인 신라면세점을 제치고 DF1(화장품·향수, 탐승동 전품목)과 DF5(패션·잡화) 사업권을 싹쓸이했다. 이번 입찰에서 신세계와 신라의 승부를 가른 것은 임대료였다. 신세계가 제시한 최저입찰금액은 3370억원으로 경쟁사인 신라면세점(2698억 원)보다 672억원 더 높았다. 정 사장의 과감한 투자의지가 성과로 이어진 셈이다.
T1 구역의 지난해 연 매출은 9000억원이 넘는다. 이는 지난해 국내 면세업계 총 매출인 128억348만달러(약 14조2200억원)의 6~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올해도 이같은 매출 규모가 유지된다면 신세계면세점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2.7%에서 최대 20%까지 오를 수 있다. 여기에 강남점까지 개장할 경우 올해 신세계면세점의 점유율은 20%대 중반까지 기대할 수 있다. 업계 2위 신라면세점(점유율 29.7%)과의 격차를 줄이고 추격이 가능해진다.
신세계는 지난 2012년 부산 해운대에 있는 파라다이스면세점을 인수하며 면세 사업을 모색했고 2015년 '면세점 대전'으로 불린 신규 사업자 선정에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두타면세점, HDC신라면세점 등과 함께 사업자로 선정되며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기세를 이어 2016년에는 도심형 쇼핑 테마파크를 앞세운 강남 센트럴시티로 두 번째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를 획득했다.
이 과정에서 정 사장은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개장 1년 만에 흑자를 내며 두각을 나타냈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면세점 업계 전반이 위기에 빠진 가운데서도 신세계면세점은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다.
정 사장은 최근 신세계백화점으로 흩어져 있던 화장품 브랜드를 신세계인터내셔날로 통합해 뷰티 사업에도 힘을 싣고 있다. 이번에 사업을 통합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화장품 사업은 줄곧 적자를 내 골칫거리로 여겨졌지만 지난해에 면세점과 백화점 매장을 확장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화장품 사업은 5년간 공들인 화장품 부문의 지난해 매출이 627억원, 영업이익이 57억원에 도달해 첫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주력 브랜드인 비디비치는 2016년까지 적자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매출 229억원, 영업이익 5억7000만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정 사장의 화장품 사업에 대한 의지는 2012년 비디비치를 인수하면서부터 공식화됐다. 2015년 말에는 이탈리아 화장품 제조사 인터코스와 합작법인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를 설립하며 화장품 개발 및 제조 기반까지 갖추게 됐다. 이후 럭셔리 뷰티 편집숍 브랜드인 '시코르'를 론칭해 화장품 유통 사업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경 사장이 공 들인 면세사업이 성장 본궤도에 오르면서 화장품사업까지 시너지를 내고 있다"며 "백화점사업이 성장 정체인 만큼 면세와 뷰티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려는 정 사장의 공격경영도 지속될 테고 자연스럽게 남매간 책임경영도 더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유경 총괄사장. 사진/신세계백화점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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