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미국과 중국이 연일 상대에 대한 보복관세를 언급하며 무역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 세계 최강 대국들의 힘겨루기가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제조업과 관련된 패권 싸움으로 읽히면서 호황기를 맞이한 반도체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중국이 관세 부과를 늘린다면 미국은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추가관세 부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이미 10%의 추가관세를 부과할 중국산 제품들을 알아볼 것을 지시했다. 앞서 미국 정부가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키로 한 것에 대해 중국 정부가 맞불을 놓자 미국이 더 큰 압박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던 미·중 무역갈등도 약 한 달 만에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중국의 반도체 패키징 및 테스트 업체 TFME의 쑤저우 공장 내부 모습. 사진/뉴시스
업종별로 손익을 따지느라 분주한 가운데 반도체 산업의 긴장감은 특히 높다. 슈퍼 호황으로 한껏 고무된 분위기에 찬 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지난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과 중국의 맞불 보복관세가 공급망을 급격히 약화시키고 매출에도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데이터센터에 이르기까지 반도체를 대규모로 필요로 하는 산업들이 성장하고 있어 반도체의 수요는 계속해서 이어지겠지만 관세와 규제 등으로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무역갈등 본질은 첨단산업을 키우려는 중국과 이를 제지하려는 미국의 싸움에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첨단기술의 주도권을 계속 쥐고 가려는 미국과 기존 산업의 체질 개선을 꾀하는 중국의 이해관계가 배치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에게 관세 미부과 조건으로 ▲미국산 원자재 수입 확대 ▲미국채 매입 지속 ▲중국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 정책 폐지 및 지식재산권 인정 등을 요구했다. 이에 중국은 대체로 양보의 뜻을 비쳤지만 첨단산업 육성 정책 폐지만큼은 단호한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양국의 입장 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반도체를 둘러싼 갈등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관세 부과 리스트에 아직 포함되지 않은 휴대폰, TV, 컴퓨터 등 주요 IT 완제품에도 관세를 부과할 경우 IT 수요 둔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 부진도 야기할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 반도체 업체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도 자명하다.
그럼에도 중국은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육성책을 이어간다. 중국 정부는 14% 수준인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에는 7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강력한 산업 육성 정책을 시행 중이다. 지난 2014년 9월 정부 주도로 조성된 1387억위안(약 24조원) 규모의 '중국 반도체산업 투자 펀드'는 지난해 말까지 1188억위안의 투자를 집행했다. 이중 대부분이 SMIC, 창장메모리, 옵토일렉트로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에 집중됐다. 창장메모리의 32단 낸드플래시 양산 계획, 반도체 패키징 업체 JCET의 싱가포르 STATS ChipPAC 인수 등 가시화된 성과도 적지 않다. 올 하반기에는 1500억~2000억위안 규모의 '중국 반도체산업 투자 2차 펀드' 출범을 준비 중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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