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비혼을 꿈꾸는 청년 여성들이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후보 캠프에게 비혼 관련 정책을 제안했다.
박 후보 캠프는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있는 카페 '두잉'에서 비혼 이슈에 관심 있는 2030 여성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었다. 남인순 상임선대본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 패널로는 '성평등 서울을 바라는 2030 여성기획단'의 류벼리 활동가, 조성실 '정치하는 엄마들' 대표, 임경지 '이웃기웃청년주거협동조합' 전 이사장, 홍주은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대의원이 나와 비혼 이슈를 논의했다.
패널들은 한국 사회와 서울시가 결혼을 전제로 한 '정상 가족'뿐 아니라 비혼 등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고 이를 제도적·정책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류 활동가는 "이 사회는 비혼자가 개인으로 설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게 아니라 결혼시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며 "가족이 아닌 친구가 수술 동의서에 서명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나의 삶'이 존중받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임 전 이사장도 "신혼부부는 공공 부문이 제공하는 임대주택에 들어가는 등 혜택이 많지만 비혼 2인 가구는 누리기 힘들다"이라며 "원래는 비혼이라도 2인 가구를 위한 정책이 있지만 공무원들이 지레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중들도 아직 혈연·혼인에 얽매인 제도나 사회 인식을 바꿀 방법을 질문했다. 작은 기업에 다닌다는 송모씨는 "상사가 '여자가 돈 모을 필요가 뭐 있어, 돈 많은 남자 만나면 되지'라고 성차별적인 발언을 일삼는다"며 "내부 문제제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다른 여성 A씨 역시 "공기업·대기업에서는 자녀 교육비를 대주고, 대학교에서도 직계비속과 존속 관계가 상을 당하면 공결 처리를 해주는 등 가족 개념이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다"며 "가족 개념을 확장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남 본부장은 "박 후보는 민간상담기구가 소기업에서 성희롱 예방 교육을 하는 공약을 내놨으며, '사회적 우정' 개념을 제안해 돌봄·친밀감을 가족뿐 아닌 사회적으로도 확대했다"며 "이 자리에서 나온 제안들을 박 후보에게 전달하겠다"고 답변했다.
간담회 종료 후 청중을 포함해 '비혼 및 다양한 삶을 지지하는 여성' 200인은 박 후보 지지선언문을 낭독했다. 서울시에게 비혼을 포함한 삶이 존중받도록 노력하고, 비혼 및 1인 가구의 주거권을 지원할 것 등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의 남인순 상임선대본부장(왼쪽 3번째)이 11일 오후 '비혼 및 다양한 삶을 지지하는 여성'들의 지지선언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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