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LG그룹이 자동차 부품 사업을 비롯해 신성장 동력 분야를 키우기 위해 대내외 역량 동시 강화를 꾀하고 있다. 계열사의 연구개발(R&D) 인력을 결집해 시너지를 추구하는 한편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22일 전자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부터 본격 추진 중인 오스트리아의 자동차용 조명업체 ZKW 인수를 조만간 마무리한다. 오는 26일 이사회에서 안건을 의결한 뒤 오스트리아 현지에서 인수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금액은 11억유로(약 1조4500만원) 수준이다. LG그룹의 M&A 중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다. LG전자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주)LG가 공동 인수자로 참여한다. 지난해 실트론, 루셈 등 비주력 사업 및 계열사 매각을 통해 현금 재원을 확보한 점이 발판이 됐다.
업계에서는 LG의 이 같은 행보를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인화'로 대표되는 보수적인 기업문화 등으로 그간 M&A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다는 시각이 있다. 실제 지난 10여년 동안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 인수(4666억원), LG화학의 팜한농 인수(4245억원) 정도가 눈에 띄는 거래다. 그러나 구본준 LG 부회장이 경영 전반을 책임진 최근 1~2년 사이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M&A 역시 구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업계에서는 ZKW 인수를 기점으로 LG가 보다 본격적으로 M&A 시장에 뛰어들지 주목한다. 지난해 말 기준 LG그룹 계열사의 합산 현금성 자산 보유 규모는 6조9000억원으로 실탄은 충분하다.
지난 20일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문을 연 'LG사이언스파크' 전경. 국내 최대 규모 융복합 연구단지를 지향한다. 사진/LG
이와 함께 LG는 R&D 역량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LG그룹의 R&D 투자는 6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5조8000억원을 R&D에 쏟아부은 2013년 이후 매년 1000억~2000억원 가량 투자 금액을 늘렸다. 특히 대표 계열사인 LG전자는 지난해 처음으로 4조원 이상을 집행했고, LG화학도 역대 최대 규모인 9000억원을 투자했다. R&D 인력도 2013년 3만명에서 지난해 3만3800명으로 확대됐다.
R&D 강화 의지는 지난 20일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문을 연 LG사이언스파크에서도 나타난다. 이 역시 구본준 부회장이 각별히 챙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대 융복합 연구단지를 지향하는 LG사이언스파크는 총 4조원을 투자해 축구장 24개 크기인 17만여㎡ 부지에 20개 연구동이 들어섰다. 지난해 10월부터 입주를 시작해 현재까지 LG전자 등 8개 계열사 1만7000여명의 연구인력이 집결했다. 2020년까지는 2만2000여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곳에서는 그룹 주력 사업인 전자, 화학분야의 연구가 폭넓게 진행된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자동차 부품, 로봇, 자율주행, 인공지능, 5G, 차세대 소재·부품, 물·공기·바이오 등 미래사업 분야의 융복합 연구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제적으로 대응코자 한다.
구 부회장은 입주식 환영사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 기업이 영속하는 근본적 해법은 인재를 키우고 R&D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LG사이언스파크는 LG의 믿음을 실현하기 위한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수 만명의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고 서로 다른 생각과 기술을 모아 새로운 가치를 엮어내는 '혁신 성장'의 성공 모델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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