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국내 원액기 1위 기업 휴롬이 지난해 중국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을 이기지 못한 채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매출 급감, 적자 전환 등에 빠진 휴롬은 제품 다각화 등으로 위기 극복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휴롬의 지난해 매출은 929억원으로 전년(2016년) 대비 42.7%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212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 2011년 이후 6년 만에 1000억원대 매출이 깨졌다. 2014년 3019억원으로 최대 매출을 기록했던 휴롬은 외형상으로 3분의1 이상 체급이 줄었다. 영업이익률을 기준으로 보면 원액기 사업 확장 초기였던 2011년 21.30%의 영업이익률은 2015년 6.38%, 2016년 1.48% 등으로 감소세다.
1974년 설립돼 착즙 분야만을 연구·개발한 휴롬은 채소, 과일을 저속으로 눌러 짜는 방식의 원액기를 2005년 세계 처음 발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원액기 단일 품목으로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선 휴롬은 2010년 매출 300억원에서 2012년 945억원, 2013년 1695억원 등으로 빠르게 덩치를 키워나갔다.
그러나 지난해 중국 사드 보복과 원액기 단일 품목의 한계가 겹치면서 고비를 맞았다. 휴롬에 따르면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5~60%다. 특히 해외 매출 중 중국 비중은 2016년 기준 50%가량을 차지할 만큼 중국 의존도가 높다. 휴롬 관계자는 "중국 수출 비중이 높다보니 지난해 사드 장기화로 인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해외시장에서 높은 중국 의존도뿐만 아니라 단일 품목의 한계, 관련 시장 성숙도 휴롬의 위기를 불러온 원인으로 꼽힌다. 휴롬의 경쟁시장이라 할 수 있는 믹서기 시장에는 초고속 블렌더 제품으로 필립스, 테팔, 신일산업 등 가전업체들이 경쟁하고 있다. 저속 원액기의 대체재 성격인 초고속 믹서기 시장 성장은 휴롬의 저속 원액기 시장보다 더 빠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저속 원액기 시장의 경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서도 성숙기 단계로 가정마다 많이 보급돼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휴롬은 이 같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품 다변화와 중국시장 의존도 줄이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먼저 기존 원액기 단일 제품에서 벗어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계획이다. 원액기 이외에 티마스터 등 사업 부문을 강화하는 등 제품 다각화에 나설 예정이다. 해외 시장에서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미주, 유럽, 동남아 등에서 고른 성장을 일구겠다는 목표다. 한편 주력인 원액기와 관련해 휴롬은 다음 달 세척 기능을 혁신한 원액기를 선보인다. 신규 고객뿐만 아니라 기존 고객 니즈를 반영한 제품으로 제품 재구매 수요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휴롬 관계자는 16일 "올해는 급격한 외형 성장보다는 수익성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라며 "흑자 전환하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휴롬이 내부적으로 세운 목표는 오는 2020년 매출 4000억, 영업이익률 10%다.
경남 김해에 있는 휴롬 본사. 사진 제공=휴롬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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