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복인 KT&G 사장, 표 대결로 '연임' 성공…기업은행 "투명경영 당부"
대전 본사 정기주주총회…기업은행 "검찰고발·셀프연임 등 우려" 의견
백복인 "아프리카·중남미 등 해외 신시장 개척…전자담배 주도권 쥘 것"
2018-03-16 12:23:00 2018-03-16 12:23:00
[대전=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백복인 KT&G(033780) 사장이 주주 투표로 연임에 성공했다.
 
16일 대전 대덕구 KT&G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제31기 KT&G 정기주주총회에서 백복인 사장은 7114만2223주, 총회 참석인원의 76.26%의 찬성으로 연임이 결정됐다. 백 사장은 오는 2021년까지 3년 동안 KT&G를 더 이끌게 된다.
 
백 사장의 연임은 이 회사 2대주주인 기업은행(6.93%)이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고, 지분 9.09%를 가진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서 '중립'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하면서 투표 결과에 달린 상황이었다. 다만 국민연금이 사실상 '기권' 의견을 냈고 외국인 투자자 지분이 53.18%임을 고려해 분위기는 연임 쪽으로 기울었다.
 
백 사장은 이날 연임에 대한 생각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수고 많으시다"며 가볍게 웃은 뒤 주총 장으로 들어섰다.
 
백복인 KT&G 사장이 16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백 사장이 표결 결과를 기다리면서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사진김보선 기자
 
주총 회의장 앞에서는 한국노총 전국담배인상노동조합이 "기업은행이 주주제안의 형식을 빌려 낙하산 사외이사 2명을 추천하고 이들을 주총에서 선임하기 우해 집중투표제를 요구하는 등 경영개입을 노골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전 10시 주주총회 시작 후 제2호 안건으로 사장 선임의 건이 상정되자 주주들의 의견이 잇따랐다.
 
이날 기업은행 측 대표로 참석한 서치길 IBK기업은행 전략기획부 부장은 "현재 KT&G는 해외 투자사업과 관련해 분식회계 여부에 대한 금감원의 감리를 받고 있으며 전현직 임직원이 대표를 검찰에 고발한 상황이다"며 "이 두 가지 모두 어떻게 결론날 지 모르는 상황이고 회사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경우 기업은행은 물론 모든 주주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은행 측은 후보 추천 과정의 '셀프연임' 논란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면서 "현 대표의 연임에 반대한다"고 못박고 "안건이 부결될 경우 더 합리적인 방법으로 새로운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진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맞서 연임에 찬성한 한 주주는 "사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공정하고 적합한 절차에 따라 후보를 추천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경영성과가 좋았기 때문에 원안대로 승인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한 주주는 "표결에 앞서 KT&G가 해외시장 개척과 전자담배의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어떤 경영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듣고 싶다"고 제안했다.
 
이에 백 사장은 "국내 담배시장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글로벌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며 "지난해 최초로 해외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프리카, 중남미 등 새로운 해외 시장으로 진출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담배에 대해서는 "지난해 5월 경쟁사의 출시에 이어 11월 '릴'을 출시했는데, 최근 들어서 생산설비를 늘리는 등 전국 출시로 전환한 상황"이라며 "다음 세대의 전자담배에 대해서도 연구해 이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이 '중립' 의견을 제시한 데 따라 사전 위임장 제출 주주를 제외한 참석 주주들의 투표용지에 의한 표결이 이뤄졌다. 3분여의 감표 결과 위임장 찬성의견을 포함해 7114만2223주가 찬성, 출석의결권 과반수 찬성과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1을 충족해 원안이 통과됐다.
 
16일 열린 KT&G 정기주주총회에서 백복인 사장의 연임을 결정하는 제2호 안건에 대한 표결 후 감표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김보선 기자
 
사외이사도 현재의 6명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기업은행은 KT&G의 경영의사 결정과정이 투명하다고 보기 어려웠다며, 주주가 추천하는 이의 선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사외이사를 8명으로 늘릴 것을 제안했다. 이를 결정하는 4호 안건에 대해서는 백종수 법무법인 동인 구성원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 현재의 6명을 유지하는 원안이 6364만8549주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주총 마무리 후 서치길 부장은 기자와 만나 "기업은행 주장의 관철 여부를 떠나 주주로서 KT&G의 투명하고 합리적인 경영을 희망하는 마음으로 주주제안을 한 것"이라며 "앞으로 주주들의 의견에 좀 더 귀 기울여 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대전=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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