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부산, 승무원 과로 대책 '눈가리고 아웅'
국토부 권고에 김포~김해 레이오버만 휴식시간 늘려
인력 부족에도 후쿠오카노선 증편…직원들 이탈 움직임
2018-03-12 16:34:22 2018-03-12 18:06:05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최근 객실승무원의 잇따른 실신으로 논란을 빚었던 에어부산이 '눈가리고 아웅'식의 대처방안을 내놓아 또다시 직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객실승무원의 휴식시간을 2시간 늘리라고 국토교통부가 권고했지만, 사측은 출퇴근 시간을 늦추거나 레이오버(비행 간 곳에서 자고 오는 것)에 한해서만 선택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또 인력 부족으로 객실승무원들의 피로 누적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일부 노선의 증편을 결정해 업무 부담이 가중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가 에어부산 근무환경을 점검한 이후에도 개선이 지지부진하자 일부 직원들은 경쟁사로 이직을 준비하는 등 인력 이탈 조짐도 보이고 있다.
 
12일 에어부산은 최근 국토부 권고에 따라 김포~김해 구간에 투입하는 운항·객실승무원을 대상으로 14시간 이하 비행근무의 경우 휴식시간을 기존 8시간에서 10시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객실승무원들의 말은 회사의 설명과 다르다. 사측은 최근 김포에서 레이오버 하는 직원들의 휴식시간을 기존 8시간에서 1시간 늘려줬다. 하지만 부산 본사에서 출·도착 하는 객실승무원은 8시간 휴식을 그대로 적용한다는 게 승무원들의 주장이다. 밤 10시쯤 김해 공항에 착륙해 다음날 오전 7시에 출근하는 빡빡한 일정이 기존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14시간 이하 비행근무를 서면 8시간을 쉬도록 한 항공안전법은 준수하고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는 여전하다는 얘기다. 객실승무원들은 공항 이동시간과 출·퇴근 전후 준비시간을 제외한 실제 휴식시간이 4~5시간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국토부가 법개정을 하기 전까지 일괄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일부 노선을 증편해 객실승무원의 업무 피로도가 높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어부산은 이번 주부터 이달 24일까지 김해~일본 후쿠오카 노선을 주 4회, 하루 4번이던 일정에 운항 횟수를 1회 추가한다. 오는 25일부터는 매일, 다섯편의 비행기를 띄운다. 특히 후쿠오카노선 증편으로 객실승무원의 출근 시간도 새벽 4시30분으로 앞당겨졌다.
 
보통 7시30분발 항공기에 탑승하는 객실승무원들은 오전 5시50분까지 출근해 운항 브리핑 참석 등 비행 준비를 한다. 저연차 승무원들은 선배보다 1시간30분 전에 출근해야 하기때문에 늦어도 4시30분까지는 회사에 도착해야 한다. 에어부산은 후쿠오카에 이어 오사카 노선도 증편을 추진하는 등 소위 '돈 되는 구간'에 운항횟수를 늘리려 하고 있다. 문제는 인력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기존 노선에 대한 조정 없이 증편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력난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에어부산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최근 저비용 항공사(LCC)와 대형항공사의 신입·경력공채가 줄줄이 나오면서 조만간 인력들이 대거 이탈할 것이라는 소문이 사내에서 파다하다. 특히 운항승무원의 경우 30명 정도가 퇴사를 대기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에어부산의 한 승무원은 "국토부 조사 이후에도 업무 강도는 변함 없다"며 "여전히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고, 동료들 다수가 피로 누적으로 병가를 쓰기에 바쁜데 노선까지 증편해 더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에어부산 관계자는 "오늘 객실승무원 50명이 입사하고, 이번 주에 추가로 채용공고를 내 100명을 더 뽑을 계획"이라며 "후쿠오카 노선을 증편하더라도 객실승무원들의 업무에는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에어부산을 포함해 다른 항공사까지 근무환경에 대한 조사를 했지만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각 항공사에 공문을 보내 9월 1일부터 항공운송업 분야에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적용하면 추가로 필요한 운항·객실승무원 인력과 대응방안을 이달 7일까지 제출하도록 한 게 전부다. 에어부산은 승무원 실신 사건 이후 국토부의 권고에 따라 휴식시간을 일부 조정했다고 밝혔지만, 국토부 관계자는 권고와 관련해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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