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8일 “1970년대 동방정책으로 동·서독 간 대립을 극복하고 화해를 이룩한 독일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과 영감을 준다”면서 남북대화의 꾸준한 추진을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에서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방한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과 정상회담 및 오찬을 하고 양국 관계와 한반도·동북아 정세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로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올림픽으로서의 기대가 큰 상황에서 분단 상황을 평화적으로 극복한 독일 대통령께서 직접 와 주신 것은 우리 모두에게 아주 의미가 크다”며 “개인적으로는 이번 남북대화 재개의 단초가 된 것은 지난 7월 독일 공식방문 때 발표했던 베를린 구상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당시 독일 평화의 상징인 베를린에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등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 간 접촉을 제안했었는데, 이것이 결실을 보아서 북한의 올림픽 참가가 실현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한국에 올 때마다 독일이 통일이 된 것이 얼마나 행운이었는지를 기억하게 된다”며 “북한이 올림픽에 참가하고 단일팀 구성에 동의한 것은 올림픽 평화정신 구현하겠다는 작은 의지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올림픽 끝남과 동시에 이 같은 의지가 사라지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특히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국제사회가 압박, 강화 속에서도 가끔 상대방을 테스트해 긴장완화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또 그쪽에서 긴장완화에 대한 신호를 보내는지, 이런 테스트를 해볼 필요는 있다”며 “그래서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북한 측에서 대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들을 계속 보내주기를 희망한다”고 조언했다.
정상회담에 앞서 양국 정상은 선물을 교환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동독 출신 영화배우이자 화가인 아르민 뮐러 슈탈이 그린 빌리 브란트 전 독일 총리의 초상화를 선물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한국에 올 때마다 독일 통일을 상징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동·서독 분단 시절 우리는 먼 훗날 통일을 기약하며 조금씩 노력해왔는데, 가장 상징적인 분이 브란트 전 총리”라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도 “제가 브란트 전 총리를 정말 좋아한다. 이 분의 동방정책 덕에 독일 통일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답례로 신경균 작가의 달항아리 백자를 건넸다. 문 대통령은 “독일 대통령 내외분의 애정이 각별하다고 들었다. 두 분께서 오래도록 금슬 좋게 잘 사시라는 뜻에서 이를 선물하게 됐다”며 “또 하나는 남북한이 하나의 그릇이 돼서 세계평화에 기여해야겠다는 뜻도 담았다. 이는 작품을 보내온 작가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회담을 마치고 청와대 측은 “양국 정상은 문 대통령의 지난해 7월 독일 공식방문에 이은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의 답방 등 양국 간 정상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평가했다”며 “한국과 독일이 일자리 창출과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4차 산업혁명, 중소기업, 직업교육, 친환경에너지, 원전 해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양국 정상은 세계적인 기상 이변과 자연재해의 심각성에 우려를 표하면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협력을 강화에 나가기로 하는 한편, 보호무역주의 배격 및 개방적 경제환경 조성 등 공동의 가치를 위해 G20 등 다자 무대에서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에게 달항아리 백자를 선물하면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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