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노리는 금감원, 윤종규 KB회장 정조준
고위관계자 "팩트 확보 사실"…검찰조사 뒤 사퇴압박 거세질 듯
2018-02-01 16:53:12 2018-02-01 16:53:12
[뉴스토마토 이종용·문지훈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권 채용비리 의혹을 무기로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에 칼날을 겨누고 있다. 채용비리가 적발된 은행에 대해 CEO 해임권고까지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무더기 경영 공백 사태 가능성이 거론된다. 공교롭게도 지난달까지 회장 선임 절차 등 지배구조와 관련해 당국과 논란을 벌였던 KB금융, 하나금융 등이 채용비리 의혹의 도마에 오르면서 금융권에서는 '관치금융' 논란으로 수세에 몰린 당국이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일 채용비리 정황이 드러난 5개 은행을 모두 검찰에 고발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11개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채용비리 검사를 진행해 총 22건의 비리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사로 가장 타격을 입은 것은 윤종규 KB금융(105560) 회장이다. 윤 회장의 친인척이 특혜채용 의혹의 대상인데다, 국민은행의 채용비리가 이뤄진 2015년 당시 윤 회장은 행장을 겸임했다. 사실로 확인되면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셈이다.
 
금감원 조사결과를 보면 국민은행은 필기전형 최하위권이던 윤 회장의 조카에게 2차면접을 통해 최고등급을 부여해 최종 합격시켰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보고서에 명시된) 최고 경영진이 윤종규 회장인지 아닌지는 확인해줄 수 없지만 확보한 팩트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며 "최고경영진의 관여 여부나 수준이 관건인데, 이 부분은 검찰 수사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에 따르면 윤 회장 관련 비리 의혹건은 유일하게 인사파일에 '비서실, 회장님 인척' 등의 메모가 붙어 있었고, 조사과정에서 관련 직원의 진술도 확보됐다. 특혜 대상자는 윤 회장의 5촌 조카로 확인된 상태다.  
 
검찰조사결과 이런 내용이 사실로 들어날 경우 징계와 처벌이 불가피해 보인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 채용비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금융사지배구조법에 근거해 해당 회사 이사회에 CEO 해임을 건의하겠다고 경고 한 바 있다.
 
이에 맞서 금융사들은 정상적 절차에 따른 채용이었음을 적극 입증해 혐의를 벗겠다는 태도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이 고발한 건은 채용 당시 지역할당제로 지원했으며,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채용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당국은 수사 결과에 따라 해당 금융회사 CEO 해임도 건의할 계획이다. 하지만 형법상 유죄라도 금융법 위반이 아니어서 해임을 강제로 추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당국자는 "검찰 수사 결과 유죄가 확정될 경우 죄목은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예상된다"며 "당국이 해임 권고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흥식 금감원장은 이날 은행권 채용비리 적발건에 대한 징계 계획에 대해 "검찰 조사 결과가 나와야 방향을 정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검찰에서) 구체적으로 확인되면 그에 대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해임 권고를 권고로만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금융사 입장에서는 부정여론에 대한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채용비리가 사실로 드러나 여론이 들끓을 경우 금융사 이사회가 당국의 해임 권고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도 채용비리가 불거져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었다.
 
한편, 국민은행 노조는 이날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윤 회장의 출근저지 집회를 열고 윤 회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박홍배 노조위원장은 "노조가 '채용비리 방지 TF'를 먼저 제안했을 때 은행에서는 '파악한 바에 의하면 문제가 없다'고 거절했다"며 "채용비리가 적발되자 은행은 '채용 절차는 문제 없었으나, 문제된 부분은 송구스럽다'는 이해하기 힘든 핑계를 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먼저 사의를 표명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사진/뉴시스
 
이종용·문지훈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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