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항섭 기자]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 발표를 계기로 외국인 매수세가 활발해진 것으로 나타나 시장 관계자들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다만 시가총액 상위주 위주의 선매 성향이 두드러지고 있어 매수가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것이 관건으로 꼽힌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코스닥 상승과 더불어 외국인 수급이 두드러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7조2000억원 가까이 코스닥을 사들였으며 순매수 규모는 6852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과거 코스닥의 문제점으로 꼽혔던 외국인 수급이 대폭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닥 시장에서 1조7200억원 사들였지만, 매도 규모가 더 크면서 오히려 1175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1년 전과 비교하면 5배 가까이 매수 규모가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 코스닥은 수급 부족 문제로 코스피보다 낮은 지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상반기 코스피는 18% 상승했으나, 코스닥은 5.9% 상승에 그쳤다. 지수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며 수급 부족에 대한 문제점이 계속 제기됐다.
하지만 올해는 외국인들의 수급이 늘어나면서 코스닥 전체의 회전률이 높아졌다. 전배승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닥의 거래대금이 코스피 거래대금을 넘어서는 일이 나타났다”면서 “특히 기관과 외국인의 수급이 집중되자 코스닥의 회전율이 700%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주식시장에서 회전율은 거래량을 상장주식 수로 나눈 값이다. 주식의 손바뀜 횟수를 의미해 거래가 얼마나 활발했는지를 나타낸다.
다만 외국인들의 수급이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머무르고 있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주 외국인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은
셀트리온(068270),
바이로메드(084990),
휴젤(145020),
비에이치(090460),
메디톡스(086900),
펄어비스(263750),
포스코켐텍(003670),
인바디(041830),
웹젠(069080),
셀트리온제약(068760)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다수가 코스닥 시총 20위 안에 드는 종목이다. 외국인 매수의 온기가 시장 전체로 퍼져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는 이유다. 대형주에 치우쳤던 매수세가 중소형주로 퍼질 경우, 코스닥 시장의 기초 체력이 강해질 수 있어 장기적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거래를 살펴보면 코스닥에 들어온 자금 대부분이 외국인이었다”면서 “시총 상위 종목, 특히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매수가 집중되고 있는데, 제약·바이오주가 숨고르기에 들어가면 다른 섹터로도 수급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혁신모험펀드와 코스닥 벤처펀드(벤처기업투자신탁) 등도 수급 확산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11일 코스닥 벤처펀드를 활성화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벤처기업 신주는 15%로 완화하는 대신 벤처기업 또는 벤처기업이었던 기업의 신주·구주에 35% 투자를 허용한다. 또 코스닥 기업 투자 비중이 50% 이상인 코스닥 벤처펀드에 공모주 물량의 30%를 우선 배정한다. 17일에는 혁신모험펀드 계획을 발표하고 2020년까지 총 10조원 규모의 벤처투자 펀드를 조성해 최대한 신속히 벤처투자가 집행되도록 추진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부의 정책인 코스닥 벤처펀드가 실제로 펀딩을 거친다면 2~3분기 정도 지나서 시장에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며 “실제로 상품이 출시되고 시장에 들어온다면 수급이 시장 전체로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특히 코스닥 벤처펀드에서 코스닥 공모주 물량의 30%를 우선 배정하는 혜택을 준 것도 상당부분 수요가 있을 것이고 확산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수급 확산에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인 실적 부문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상장사들의 실적은 주식시장의 기본적인 펀더멘털 요소이기 때문이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전체 코스닥 기업의 실제이익은 예상치보다 낮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지만, 표본오차를 고려한 2017년 코스닥 상장사의 이익은 최소한 8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코스닥 시장 전체의 이익 개선이 현재의 장세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다”면서 “2017년 급증한 코스닥 기업이익이 2018년에도 안정적으로유지될 경우, 실적 장세에서 재평가 장세로 이어질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하인환 연구원 역시 "1월 들어 코스닥 상장사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추정치가 상향조정되고 있다"면서 "이익 기대감이 유효하다는 점에서 코스닥 시장의 활성화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말했고,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IT, 중국소비주, 정책수혜주 등이 2018년 영업이익과 매출액 증가세가 뚜렷하다"고 평가했다.
신항섭 기자 kalth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