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10일 신년 기자회견은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전쟁터였다. 내외신 기자 200여명은 문 대통령에게 질문하기 위해 일제히 손을 들고 대통령을 애타게 바라봤고, 문 대통령은 멋쩍게 웃으면서도 단호하게 질문자를 무작위 선택했다.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미국 백악관 식으로 1시간가량 진행됐다. 사전에 질문을 조율하지 않고, 질문자도 대통령이 직접 지명했다. 사회를 맡은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대통령께서 손으로 지명하고 눈을 마지막으로 맞춘 기자 분에게 질문권이 주어진다”고 룰을 설명했다.
기자회견 초반 단순히 손만 들었던 기자들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대통령을 향한 어필이 커지기 시작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양손을 들거나, 종이 피켓을 들기도 했다. 강원도 지역 기자는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 인형을 미리 준비해 문 대통령의 지명을 받았다.
눈에 띄는 보라색 옷을 입고 온 여성기자는 질문권을 얻자 “보라색 옷을 입고 나온 것이 신의 한 수”라고 자평했다. 또 다른 기자는 문 대통령이 손짓하자 “저랑 눈 마주친 것 맞죠”라며 질문했지만 사실은 옆자리 기자의 기회였다.
기자회견 주제는 크게 ▲정치·외교·안보 ▲경제·민생 ▲평창올림픽을 포함한 사회·문화 등으로 나뉘었다. 그러나 기자들 간 사전조율이 없어서 질문은 외교현안과 개헌 등 정치분야에 집중됐다. 경제나 사회 분야 질문은 소수에 그쳤다.
이날 회견은 “앞으로도 이런 자리를 많이 만들어 달라”는 요청으로 마무리됐다. 문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은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국민과의 소통 방법으로 언론과 소통하는 것은 핵심적인 것이 될 수 있다”면서 접촉을 더 늘리겠다고 화답했다.
한편 기자회견에 앞서 회견장에는 김동률의 ‘출발’, 윤도현의 ‘길’, 제이레빗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원곡 김광석) 등 대중가요 3곡이 반복 재생됐다. 청와대 측은 “새해를 여는 기자회견인 만큼 새출발의 의미를 담은 음악들을 선곡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10일 오전 신년기자회견이 열린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 기자가 질문을 하기 위해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 인형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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