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원화강세, 아직 예단하긴 이르다
2018-01-08 06:00:00 2018-01-08 06:00:00
연말 송년회 자리에 다니면서 재작년 분위기와 또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작년 연말 만난 사람들의 표정에는 걱정이 묻어났고, 작년 연말에는 그래도 여유를 되찾은 느낌이었다.
 
짧게 돌이켜보면 재작년 연말에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직에 당선되면서 2%대 성장 고착화의 갈림길에 서있던 우리나라의 갈 길이 더 험난해질 것이라는 걱정이 많았다.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하자는 선언이 많아졌고, '불확실성'이라는 말 없이 경제기사를 쓰기 어려웠다.
 
하지만 한국은 3%대 성장을 달성했다. 한국은행의 2017년 성장률 전망치는 1월 2.5%에서 4월 2.6%, 7월 2.8%, 10월 3.0%로 경제전망 때마다 상향조정 됐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에는 '견실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한 6년5개월 만의 기준금리 인상도 이뤄졌다. 정부는 지난 연말에 내놓은 경제정책방향에서 2017년 경제성장률을 3.2%로 예상했다.
 
예상 밖의 좋은 성적표를 받아 다행이지만, 일이 뜻대로 되기란 참 어렵다는 생각도 여러 번 들었다. 좁혀보면 원·달러 환율도 그랬다. 1200원대에서 시작했던 원·달러 환율은 1070원대까지 하락했다. 일부 기관은 재작년 2017년 경제를 전망하며 2016년 대비 원·달러 환율의 상승(원화약세)을 전망하기도 했는데 방향 자체가 어긋난 결과가 됐다. 달러화 강세를 이끄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는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도 3차례나 이어졌지만 결과적으로는 원화강세가 나타났다.
 
연초 원·달러 환율이 1060원대 초반까지 떨어지자 가파른 원화강세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세자리수대 환율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재정·통화정책당국 수장이 최근 '외환시장의 과도한 쏠림이 있으면 적극 대처한다'고 했는데, 분위기는 확실히 한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외환시장 전망과 관련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억에 남는 한 마디는 '심리가 이렇게 쏠리면 달러화 강세 요인이나, 지정학적 리스크 같은 원화약세 유발 요인을 과소평가하게 되는데 민망해지지 않으려면 좀 지켜봐야 하지 않나 싶다. 최근 며칠 갖고 방향을 정하기는 빠르다'였다.
 
지난해 하반기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미 간 기준금리 상단이 같아지면서 국내에 투자된 해외자본유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던 적이 있다. 원화강세도 동반되던 때였다. 한 경제계 고위인사가 자본유출에 대한 걱정이 깊어지는 것을 두고 "외국인 자본 빠져나가는 거 걱정하면서, 원화강세도 걱정한다. 눈이 금리에 가 있으면 귀는 좀 다른 쪽에..."라며 말을 흐렸다.
 
지난해 한해가 그 전의 예상과 달랐듯, 지금의 흐름이 쭉 이어질지,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차분함 속에 귀를 열어둬야 할 때다.
 
한고은 정경부 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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