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에 불법 사찰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국가정보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우 전 수석을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지난 2016년 8월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에게 본인을 감찰 중인 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을 뒷조사해 보고하도록 하고, 총선 출마 예정인 전직 도지사와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의 비위를 사찰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 무렵 국정원에 정부 비판 성향 교육감의 개인적 취약점과 견제 대책,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 산하의 정부 비판 단체 현황, 문화예술계 지원 기관의 블랙리스트 운영 현황 등을 사찰해 보고하도록 지시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특히 우 전 수석이 받은 불법 사찰 정보는 본인에 대한 특별감찰 진행 상황, 감찰관실 내부 분위기, 특별감찰관의 개인적인 친교 관계, 문체부 공무원과 정치인에 대한 비위 정보, 정부 비판 교육감의 개인적 취약점과 견제 방안, 과학기술계 정부 비판 단체와 활동 내용, 문체부 산하 단체의 블랙리스트 운용 상황 등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정보원법상 국정원은 대공, 대정부전복, 방첩, 대테러, 국제범죄조직 외의 국내 정보를 수집하거나 취급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민정수석과 국정원 정보 수집 부서장 등이 국정원 직무와는 무관하게 국가 권력을 남용해 특정인과 특정 단체를 사찰하고, 그 결과를 찍어내기 등 배제 공작에 활용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사안"이라며 "이는 국정원의 직무 범위인 국내 보안 정보와는 전혀 무관한 것으로 전형적인 직권남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우 전 수석에 대한 특별감찰 진행 상황과 관련한 사안은 특별감찰을 방해하고, 이를 무력화할 의도로 감행된 것"이라며 "정보기관을 전적으로 개인 이익을 위해 동원했다"고 지적했다.
우 전 수석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이 전 감찰관에 대한 사찰을 지시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부인하면서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민정수석의 업무상 이뤄진 일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22일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추 전 국장을 구속기소했다. 추 전 국장은 이 전 감찰관 등을 사찰한 혐의 외에도 2011년 국익전략실 팀장 당시 배우 문성근씨와 방송인 김미화씨 등 정부 비판 연예인 퇴출 공작, 반값 등록금 이슈 관련 야권 정치인 비난 공작 등을 기획한 혐의가 포함됐다.
‘불법사찰, 비선보고 관여’ 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해 12월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구치소 대기를 위해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