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언제까지 청년 탓만 할 셈인가
2018-01-02 06:00:00 2018-01-02 06:00:00
청년들이 아프다. 굳이 통계로 말하지 않아도 취업을 하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취업준비생들의 사례가 비일비재하고, 갓 취업을 한 1~2년 차 새내기 직장인들은 취업 후 스트레스와 회의감 등으로 건강까지 나빠지는 이른바 ‘직장 사춘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기기를 파는 중견기업에 다니던 친구는 2년을 꽉 채우고 이직할 회사 없이 직장을 그만뒀다. 이 친구는 2016년 말 건강검진에서 갑상선 기능 항진증을 진단받았다. 밤에도 배달 음식을 시켜먹는 등 폭식을 하는데도 되레 살이 5kg 이상 빠져 이상하게 여기던 차였다. 그는 회식 지리에서 ‘실없이 웃는다’는 이유로 자신의 뺨을 때린 상사, 자기 업무를 자꾸 떠넘기는 선배 등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상태였다.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후에야 퇴사를 결심한 친구는 퇴사 후 6개월이 지나자 “이직할 회사도 정하지 않고 회사를 나온 것이 후회돼 더 참았어야 했나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토로했다.  
 
취업준비를 시작한 지 만 4년 만에 취업한 친구도 있다. 이 친구는 취업준비를 하는 내내 “다른 친구들은 모두 취업에 성공했는데 나만 낙오자가 된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 너무 커 공부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사례는 취업을 했든 하지 못 했든 모두 ‘자기 탓’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청년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2010년 김난도 교수가 내놨던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나온 지 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고통받는 청년들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이 책은 당시 국내에서만 200만부 이상 팔려나갈 정도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이후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에는 ‘청년’을 내세운 책들로 채워졌고, 관련 강연도 줄을 이었다. 한동안 ‘멘토’ 열풍이 불기도 했다. 하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그 많던 멘토들도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청년들이 맞닥뜨린 현실이 ‘나’의 문제가 아닌‘사회구조적’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엔 인생선배라는 이유로 알맹이 없는 조언을 하면 뒤에서 ‘꼰대’라고 비난받기 일쑤였다. 8년 사이 조금은 달라진 풍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27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청년대표 100여명을 만났다. '문재인 정부가 묻고 청년이 답하다'라는 제목의 이날 행사에서 이 총리 역시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이 총리는 “가보면 길이 있다”며 “시작하기도 전에 실패를 두려워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청년들에게 어떤 길이 있는지를 제시해야 할 정부가 여전히 청년문제를 청년 개인의 문제로 보고 있다는 청년 정책에 대한 관점을 그대로 드러내는 말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청년들에게 막혀 있는 길을 뚫어주고 걸어가야 할 길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일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청년정책을 설계하고 청년문제를 진두지휘해야 할 정부가 갈 길이 아직 까마득한 이유다.
 
 
조용훈 사회부 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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