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 기자] 금융감독원이 내년 보험사의 실손의료보험료를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라고 보험개발원에 전달했다.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정부의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이 구체화 되고 문재인 케어가 민간 실손보험에 미치는 영향이 분석되기 전까지 보험료를 올리지 말라는 것이 이유다.
사실상 금감원이 내년에 실손보험료를 올리지 말라고 보험사에 통보한 것이다. 이를 두고 보험업계는 정권이 바뀌었지만 금융당국의 보험료 개입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금융위원회는 한해 35%까지 올릴 수 있는 실손보험료의 보험료 변동폭을 25%로 제한하는 보험업 감독규정 시행세칙을 개정했다. 실손보험 손해율은 2015년 122%를 기록한 뒤 작년에는 131%를 넘어섰다. 손해율이 100%가 넘는다는 것은 그만큼 보험사가 손해를 보는 것이다.
보험업계의 불만은 보험료를 통제하는 것도 문제지만 실손보험 손해율 하락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 보험료만 통제하는 것은 기업 죽이기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보험사는 손해율 하락 대책이 나오고 손해율이 낮아지면 시장의 논리에 따라 보험사가 보험료를 할인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손보험과 비슷하게 가격 통제를 당했던 자동차보험의 경우 정부의 손해율 하락을 위한 정책이 손해율 하락을 이끌자 모든 보험사는 보험료 할인에 들어갔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문재인 케어가 의료계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어 정상적으로 진행될지 불확실하고 문재인 케어가 진행되더라도 실손보험에 미치는 영향 분석이 언제 나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케어가 실손보험에 미치는 영향분석이 언제 나올지도 모르고 문재인 케어 자체도 정상적으로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동안 쌓이는 적자는 누가 책임을 지냐"고 말한다.
단순히 생각하면 국민 대다수가 가입한 실손보험료가 오르지 않는 것은 국민들에게 혜택이다. 하지만 보험의 특성상 지금 오르지 않으면 언젠가는 오르게 된다. 보험은 10년에서 길게는 30년까지 납입해야 하고 중간에 갱신이라는 제도를 통해 그동안 손해율을 보험료에 반영한다. 실제로 그동안 정부에서 보험료 통제는 계속됐지만 보험사는 어떤 방식으로든 손해를 보험료에 반영해 보험료를 인상했다.
결국 이런 일방적인 가격통제는 고객인 대다수 국민들인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돌아가게 돼 있다. 만약, 금융당국이 지속해서 보험료 인상을 제한하면 보장 축소로 이어지고 보장이 축소될 것이다. 이런 일방적인 통제는 결국 또 다른 문제를 낳을 뿐이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주장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지만 결국 실손보험료와 관련해서는 과거 정부의 비정상적인 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문재인 정부가 되길 바래본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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