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가상화폐는 금융이 아니다. 거래소 인가제는 절대 없다."(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
"가상화폐를 블록체인과 분리해 봐야 한다."(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가상화폐 과세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양도소득세를 물리는 나라도 많다."(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
가상화폐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은 올해 정부와 업계, 투자자들을 뜨겁게 달군 이슈다. 업계에서는 블록체인 기술로 탄생한 가상화폐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중앙정부의 통제가 전혀 미치지 않는 가상화폐를 금융자산이나 상품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것 같지만 각론에서는 기재부와 금융위, 과기부 등 관련 정부부처의 생각이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한국은행과 금융위 등 금융통화당국에서는 가상화폐를 금융자산으로 인정하지 못한다는 입장이고, 과기부에서도 블록체인 기술과 연결짓지 않고 있지만, 세금을 담당하는 기재부에서는 가상화폐를 자산으로 간주, 거래차익에 대해 양도세 부과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혼선은 지난 13일 범부처 '가상통화 태스크포스(TF)'가 긴급대책안을 내놓았을 때부터 예상된 일이다. 정부 TF는 가상화폐를 원칙적으로 불법으로 규정하면서도, 기존 가상화폐거래소에서 이뤄지는 거래는 예외적으로 인정한다는 규제안을 내놓았다.
이는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에 대해 불법과 합법 사이에서 최소한의 투자자 보호책을 찾고 싶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불법이라고 선언한 가상화폐 거래에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을 들이대는가 하면, 금융당국이 밝힌 대로 금융자산으로 인정할 수 없는 가상화폐 거래에 과세를 검토하는 딜레마까지 초래하고 있다.
사실 가상화폐가 등장한 것은 최근 일이 아니다. 비트코인이 최초의 가상화폐로 등장한 것이 벌써 8년 전이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는 1200개가 넘는 가상통화가 쏟아져 나왔고 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세계 가상화폐 거래국가 중 거래규모 6위까지 올라섰다. 코스닥 시장의 규모를 넘어선 것은 오래 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무시'에 가까웠다. 국무총리가 지난달 가상화폐 투기 과열에 대한 위험성을 첫 언급한 이후에야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그전까지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가상통화TF'가 법무부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최근에야 긴급 대책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상화폐를 금융자산이나 블록체인 등 핀테크 기술과 '다르게 보려고 하는' 각 부처 장관의 해명이 '우리 소관이 아니다'는 말로 들리는 것은 기자만의 착각일까. 괜히 손을 댔다가 뒷감당을 못하느니, 아예 나서지 않겠다는 복지부동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문재인 대통령이 방중기간 중 아침식사를 중국 모바일 결제 시스템으로 결제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모바일 결제시스템에 관심을 가진 것만으로도 핀테크 산업이 뜰 것이라는 '장밋빛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가 '금융 후진국'이라고 여겼던 중국은 이미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모바일 결제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 업체들을 통해서 중국 대부분의 도시에서는 현금없는 결제가 이뤄지고 있는데, 그 수단이 바로 가상의 화폐(전자화폐)다.
지폐나 동전 같은 현금이 없어지는 '현금 종말 시대'가 현실화하는 만큼 우리나라 인접국인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중앙정부의 지원 아래 핀테크 업체들이 새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핀테크 관련 업무를 여러 부처에서 담당하는 우리나라 정부도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금융패러다임을 주도할 수 있는 핀테크 활성화 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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