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기업에서 인재에 대한 수요가 있어야 아우스빌둥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우리회사에 적합한 인재로 양성하기 위해 기업이 투자하고 가르치겠다는 의지가 중요합니다. 자동차정비 분야에서 숙련된 인재를 원하는 BMW코리아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양사가 주도적으로 아우스빌둥 도입을 요청하면서 한국의 아우스빌둥이 시작됐습니다."
아우스빌둥 프로젝트 총괄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수잔네 뵈얼레 한독상공회의소 아우스빌둥 프로젝트 매니저는 국내에 첫 도입된 아우스빌둥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아우스빌둥은 독일식 일·학습 병행 프로그램으로 우리말로 표현하면 쌍둥이 교육이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기업과 학교의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3년간 교육을 받는 과정으로, 이들은 근로계약 체결을 통해 직업 안정성을 보장 받고 전문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독일에서는 300개 이상의 직업군에서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이 적용돼 있을 정도로 보편화됐고 많은 학생들이 아우스빌둥을 통해 직업인으로 양성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올해 3월부터 한독상공회의소와 BMW, 벤츠의 참여로 한국에서의 첫 자동차 정비분야 아우스빌둥 프로젝트 '아우토 메카트로니카'가 시작됐다. 지난 9월1일 제 1기 아우스빌둥 출범식을 시작으로 86명의 교육생들이 38명의 전문 트레이너에게 교육을 받고 있다. 한국에선 다소 생고한 아우스빌둥에 대해 수잔네 뵈얼레 매니저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날 현장에는 아우스빌둥 프로젝트 업무를 함께 담당하는 김영진 한독상공회의소 아우스빌둥 직업교육 부장이 함께해 통역을 도왔다.
수잔네 뵈얼레 한독상공회의소 아우스빌둥 프로젝트 매니저. 사진/한독상공회의소
아우스빌둥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한국에 오기 전 25년간 BMW에서 근무했다. 세일즈와 파이낸스, 매니지먼트 업무를 했고 2년 전 한국에 오면서 한독상공회의소로 자리를 옮겼다. 마침 BMW와 벤츠를 중심으로 자동차 정비분야에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을 도입하자는 얘기가 나왔고 독일에서의 아우스빌둥과 자동차 분야에 경험을 바탕으로 총괄업무를 맡게 됐다. 이번 아우스빌둥 프로젝트에서 한독상공회의소는 전체 코디네이션 및 총괄을 담당하고 있으며 BMW, 벤츠 양사와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중간에서의 조율, 독일 정부의 승인을 받는 부분, 다음 계획을 세우기 위한 예산과 발전방향 등을 기획하고 있다. 향후 위기관리에 대한 역할도 한독상공회의소가 담당한다.
현재 BMW·벤츠와 진행중인 '아우토메카트로니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아우토 메카트로니카'는 독일의 자동차 정비분야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을 한국식으로 도입한 것이다. 원래는 3년6개월 과정이지만 한국에서는 특성화 고등학교, 마이스터고 등 자동차정비과에 재학중인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6개월을 줄여서 3년 과정으로 진행한다.
우선 독일 프로그램과 거의 동일하게 진행하는 것으로 콘셉을 잡았다. 법률적인 부분만 한국에 맞게 현지화했고 진행과정, 시험, 평가방식 모두 독일과 동일하다. 교육생들은 3년 동안 인증을 받은 BMW와 벤츠 딜러사에서 전문 트레이너에게 교육을 받으며 과정을 수료한 뒤에는 전문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독일연방상공회의소와 각 업체로부터 교육 인증서를 받게 된다.
기업은 BMW, 벤츠, 양사의 공식 딜러사들이 지원하고 있으며 자동차 학과 전문 대학인 여주대학교, 두원공과대학교와 제휴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아우스빌둥이 한국 자동차분야에 처음으로 도입됐는데 배경은
지난 2014년 한국에서의 아우스빌둥 도입에 대한 검토가 시작됐다. 이후 내가 프로젝트 매니저로 합류하면서 구체적으로 아우스빌둥의 성공 가능성을 타진했고 지난해 9월 자동차업체인 BMW와 벤츠가 프로그램 합류를 결정하면서 한국에서의 아우스빌둥 프로젝트 도입이 확정됐다.
한국에서의 아우스빌둥이 성공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우스빌둥은 인재에 대한 기업의 수요가 있어야 시작할 수 있다. BMW와 벤츠 역시 자동차 정비분야 인재를 필요로 했고 인재 양성에 대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아우스빌둥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것이라 본다. 기업 입장에서는 아우스빌둥에 참여하면서 교육생을 우리회사에 맞는 인재로 성장시킬 수 있고 교육생 입장에서는 직업보장성이 높기 때문에 참여도가 높다. 아우스빌둥을 시작하기 전에 여러 지표를 통해 성공 가능성을 타진해본 결과 '숙련된 인재'에 대한 기업의 수요가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산업계에서 원하고 있다는 점이 아우스빌둥의 성공을 확신한 근거다.
아우스빌둥 1기 교육생들이 현장실습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독상공회의소
얼마전 1기가 출범했다. 선발과정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 4월 각 학교를 통해서 학생들의 지원서를 받았다. 학생들은 브랜드(참여 기업)를 선택해서 지원하고, 필기시험과 온라인 인성검사를 치렀다. 인성검사에서는 '동기요인'을 중점적으로 봤다. 공부보다는 오픈마인드를 가지고 자율적으로 일하겠다는 의지, 책임감, 애사심을 바탕으로 선발했다. 이를 바탕으로 각 딜러사에 결과를 보내 해당 딜러사에서 직접 서류를 보고 면접볼 지원자를 선정, 면접을 통해 최종 86명을 선발했다.
교육생 외에 딜러사 직원들도 아우스빌둥의 전문 트레이너 교육 100시간을 이수한 뒤 교육생을 가르치게 된다. 만 17~18세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들과 잘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트레이너들은 교육생을 가르치는 동시에 지도·관리도 하기 때문에 부모와 멘토, 교사의 역할을 다 하는 만큼 매우 핵심적이다. 따라서 트레이너들이 교육생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아이들과 함께 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점은
교육생들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꼭 갖추길 바란다. 교육을 받은 뒤에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본인 스스로 생각하고 현장 트레이너에게 '이 문제에 대해서 스스로 어떻게 생각했고, 이렇게 해결하고자 한다'는 점을 설명해 트레이너가 '그렇게 해보자, 혹은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등의 피드백을 받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게끔 하는 것이 교육과정의 핵심이다. 전문대에서 진행되는 수업에서도 교수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교육생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진행할 것을 요청했다.
아우스빌둥의 한국 도입과정에서 현지화 포인트는 어떤 것이 있나
한국은 아우스빌둥과 유사한 프로그램이 있는 유럽국가들을 제외하고 아우스빌둥이 도입된 세계 여러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독일과 동일한 수준인 'A레벨'이 적용된 나라다. 그만큼 한국에서 아우스빌둥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있다.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의 해외 도입에는 A~C등급이 있으며 기존 프로그램에서 현지화 진행 수준에 따라 B,C등급이 정해진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그대로 적용했지만 한국의 직업훈련법, 노동 관련 법안에 대해서는 한국식 원칙을 따르기 위해 수정했다. 산업안전 기준도 국내에 맞춰서 적용했고, 채용대상이 자동차정비과 학생들인 만큼 6개월을 줄였다. 아우스빌둥은 나라에서 인증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이 모든 변경 사항은 모두 독일 정부의 승인을 받는다.
현재 계속해서 논의중인 부분은 학생들의 '군복무'문제다. 모든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이 그렇진 않으나 현재 진행중인 아우토 메카트로니카의 경우 모두 남자 교육생들이 참여중이다. 따라서 3년 간의 아우스빌둥 이수 과정과 군복무 문제를 함께 진행하는 부분을 논의중이다. 교육생들이 아우스빌둥 프로그램 기간에 동시에 군에 입대해 제대 후 남은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것에 대해서 병무청, 관련 기관과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 프로그램 이수 기간도 당연히 2년 연장된 5년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군복무 문제는 아우스빌둥 프로그램 입장에서도 '도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논의가 잘 된다면 교과정과 군복무를 함께 진행한다는 점에서 장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우스빌둥을 향후 다른 분야에서도 도입할 계획이 있는지
현재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 진출한 폭스바겐그룹과 만트럭 등 다른 독일차브랜드와의 협력도 기대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아우스빌둥이 정부 인증 프로그램인 만큼 여러 분야에서 보편화돼있는데 한국에서도 정부 인증을 받게 된다면 더 안정적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 그렇기 때문에 이번 자동차분야의 아우스빌둥이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국가나 기업 입장에서는 숙련된 인재를 양성해 확보한다는 점에서 좋고, 교육생 입장에서도 전문교육은 물론 급여와 함께 이른 나이에 경제적 자립이 가능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 사회적 측면에서도 충분히 매력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아우스빌둥에 대해서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
우리가 생각하는 비전은 '새싹에 물을 주고 잘 관리해서 큰 나무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자동차분야의 아우스빌둥이 잘 되는 것은 물론 이 프로그램이 한국의 여러분야에서 보편화 돼서 많은 새싹들이 아우스빌둥을 통해 잘 성장해가길 바란다.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많은 특성화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잠재력이 높다는 점을 느꼈다. 이 학생들이 자동차정비 분야에서 더 높은 꿈을 꿀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이는 학생들에게도, 기업과 국가에게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아우스빌둥 1기 교육생들이 현장 트레이너(가운데)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한독상공회의소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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