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분양에서 임대로 사업계획을 전환하거나 검토하는 건설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할 수 있고 임대사업 특성상 현금 확보가 용이하다는 장점 때문으로 풀이된다.
22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호반건설과 제일건설은 각사가 보유한 분양주택 용지를 임대용지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GS건설과 한양도 당초 일반분양을 계획했던 분양주택을 민간임대로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건설은 지난 9월18일 위례신도시 북부지역(북위례) A3-5블록(4만2118㎡)에 민간임대 총 699가구를 공급하는 내용의 사업계획승인을 하남시에 신청했다.
사업 승인권자인 하남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사업지 전환 적합성을 검토 중이다. 하남시 관계자는 "국내 주택법상 사업주에게 분양이나 임대 등 사업 유형을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며 "국토교통부는 (분양에서 임대 전환이) 도시관리계획상 세대수나 교통기준, 기반시설 등 기준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면 이를 허용하도록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에 따라 과거 성남과 의왕 등 몇몇 사업지에서 분양주택 용지를 민간임대로 전환한 사례가 있다"며 "호반건설이 제출한 사업계획안은 현재 부서와 협의해 정리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최종 결론은 이르면 법정처리기간인 이달 30일 전 나올 전망이다.
호반건설이 이 같은 전략을 펼치는 이유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우회화기 위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민간임대주택특별법에 따르면 민간임대의 경우 임대 의무기간(최소 4년)이 지나면 일반분양으로 전환 가능하다. 이때 분양전환가를 산정하는 기준이나 방법 등 관련 별도 규정이 없어 사업자는 임의로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다.
호반건설이 A3-5블록에 짓는 아파트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면 분양 전환 시점은 4년 혹은 8년 이후로 늦춰진다. 임대 의무기간 동안 아파트 값이 오른다는 것을 가정하면 분양 전환 무렵의 시세를 분양가에 반영해 책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임대기간 중 지속적으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또 민간업체가 임대 공급을 늘린다는 측면은 임대주택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 의지와도 일맥 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제일건설은 최근 성남시로부터 성남 고등지구 S1블록 민간분양 사업을 민간임대로 전환하는 사업계획을 승인받았다. 해당 지구는 성남시 수정구 고등동과 시흥동 일대 총 56만9201㎡에 조성되는 공공택지다. 앞서 제일건설은 지난 10월 경기 의왕시 의왕백운밸리 A2·A4블록에서 '의왕백운밸리 제일풍경채 에코&블루' 총 595가구를 성공적으로 분양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력이 부족한 건설사가 분양을 임대로 전환하는 전략을 구사하기는 어렵다"며 "최소 4년이라는 임대 의무기간 자체가 짧은 기간도 아닐 뿐더러 이 기간 동안 사업주는 자체 보유한 자금만으로 사업을 추진해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수 있고 유동성 확보도 용이하다는 점에서 다수의 건설사가 관심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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