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미래연구원) "에너지 시스템 혁명, 수요자 중심 플랫폼 비즈니스로"
"기술발전에 정부 역할도 중요, 세계시장에 통하는 원천기술 개발 매진해야"
2017-11-08 06:00:00 2017-11-08 06:00:00
국가미래연구원은 지난 10월12일 ‘디지털기술 혁명과 에너지산업의 전환’을 주제로 제23차 산업경쟁력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안성남 전 에너지기술평가원장의 주제발표에 이어 이종협 서울대 교수, 김의경 에너지관리공단 실장, 송호준 삼성SDI 상무, 최봉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등의 토론이 이어졌다. 다음은 이날 주제발표와 일부 토론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편집자>
 
“화석 에너지는 포화수준, 태양광 등이 빠르게 대체할 것”
 
안성남 전 에너지기술평가원장에 따르면 ‘에너지 2030’의 저자인 토니 세바는 미래의 에너지 혁명이 태양광, 배터리, 전기 자동차, 자율주행 자동차 등 4종류의 기술들이 이끌고 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토니 세바는 1900년대 수송 기술의 혁명을 예로 들면서 기존의 마차가 담당하던 수송 시스템이 새로운 기술인 내연기관 자동차로 바뀌는데 13년 정도 소요됐지만, 지금의 화석 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에너지 시스템이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융합된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되는 것은 10년 이내에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기존의 대형 발전 시스템에 대한 투자 수준을 추월하고 있는 것을 보면 에너지 산업의 전환은 이미 시작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시장에 비용이 저렴한 기술이 나타나면 처음에는 높은 비용으로 보급이 늦어지지만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지나면 새로운 기술의 가격이 급락하고 기하급수적으로 보급되면서 기존의 기술을 대체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기술 경영에서는 ‘S자 커브’(S Curve)의 전환으로 설명하고 있다. 기존의 화석연료 기반의 대형 발전 기술은 이미 S Curve의 포화 수준에 있다. 하지만 태양광, 배터리, 전기 자동차와 같은 새로운 에너지 기술들은 이제 시장에 보급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기술들이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표현되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과 융합되면서 곧 Tipping Point를 지나 새로운 S Curve의 기하급수적 성장궤도에 이를 것으로 판단돼 기존의 대형 발전 기술들을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4차 산업혁명, 공급자 중심 경제에서 수요자 중심 경제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하면서 에너지 분야에서 공급자 측면의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시대에서 수요자 측면의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공급자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는 대규모의 발전시스템에서 대량생산(Mass Production)을 통해 비용의 절감을 추구하는 파이프라인 비즈니스가 주였지만, 수요자 중심의 규모의 경제에서는 IoT, AI, 빅데이타 등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네트워크 효과를 이용하는 대량 맞춤형(Mass Customization) 생산방식, 즉 소형 에너지 시스템과 수요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로 빠르게 전환이 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들의 가장 큰 특징은 주요 사회 구성 기술들의 급격한 가격하락 즉 기하급수 기술(Exponential Technology)이다. 3D프린팅은 7년 사이 약 400배 가격이 하락하였고 로봇은 지난 5년 동안 23배, 드론은 6년 동안 142배 가격이 하락했다. 또한 자율주행 자동차의 3D 라이다(LIDAR)센서는 지난 5년 동안 250배로 가격이 하락하면서 무인자율 주행차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이처럼 모든 분야에서 기존 산업 기술들이 디지털 기술과 융합돼 급격한 가격 하락을 보여주면서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리드하고 있다.
 
에너지 산업에서도 풍력, 태양광, 에너지 저장장치 기술들의 비용이 급격 하락하고 있어 에너지 분야의 기하급수 기술이 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성(DOE) 자료에 의하면 육상 풍력은 지난 6년간 약 41%의 비용이 하락했으며 태양광은 54~64%의 비용이 하락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에너지저장 장치로 사용될 배터리도 지난 6년간 64%의 비용하락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계속 비용이 하락하게 되면 기존의 대형 발전 시스템에서 분산형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태양광, 배터리, 그리고 전기 자동차와 같은 기하급수적 기술들이 가지고 있는 보급량과 가격 하락의 상호 강화(Mutually Reinforcing) 효과 때문이다. 급속도로 보급이 확대되면서 가격하락이 이루어지고, 이는 다시 보급촉진을 가져오는 가격과 보급이 서로 보강되면서 큰 추가부담 없이 계속적으로 보급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가격과 보급의 상호 강화 특징은 에너지 산업 전환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발전,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정부 역할도 중요”
 
이종협 서울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20세기 이후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주요 관심사는 에너지(energy), 건강(health), 복지(wealth), 그리고 국가안보(national security)로 정리할 수 있다. 이와 맞물려 꼭 필요한 것은 일자리 창출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하는 노력도 이러한 범주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동안 두 가지 키워드인 ‘4차 산업혁명’과 ‘에너지의 새로운 시대 도래’에 대해 많은 총괄적인 이야기가 있어왔다. 이제는 조금 더 구체적인 각론과 방법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특히 구체적 시간표를 더 해야 할 때다.
 
우선 기술개발측면에서부터 충분히 준비하고 있는가. 기술의 발전이 시대를 바꾸어 왔다는 점을 먼저 인식해야한다. 우리는 시대를 구분할 때 구석기 시대, 신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 그리고 철기시대로 구분한다.
 
돌을 그대로 사용하는가, 갈아서 사용하는 기술이 있는가, 더 세밀하고 복잡한 구조의 모양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는가, 그리고 더 단단한 물질인 철을 재료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있는가에 따라 시대를 구분해 왔다. 머릿속에 상상하는 것과 그것을 응용할 수 있는 기술이 있는가는 또 다른 이야기다. 그 간격은 마치 영화나 소설, 그리고 현실과의 차이만큼이나 크다. 시간축이 빠지면 그렇게 되기 쉬워진다.
 
그런데, 새로운 시대 또는 기술의 진보는 하늘에서 떨어진다거나 하루아침에 이루지지 않는다. 1913년 자동차가 마차를 대신해 미국 뉴욕시내를 가득 채울 때까지는 끊임없는 기술의 발전이 있어왔다. 1482년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태엽자동차의 개념도를 그렸다. 그 후 약 300년의 시간을 지나 1769년에 조셉 퀴노의 증기자동차 발명, 1876년 오토의 내연기관 발명, 1886년 벤츠의 가솔린 자동차, 1895년 미쉘린의 공기압 타이어의 발명 등의 과정을 거쳤다.
 
또한 자동차가 대중적인 운송수단이 되기까지의 과정에서 법적, 제도적 측면을 포함해 여러 측면에서 마차와의 경쟁은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난 후 되돌아보면 정부의 역할도 대단히 중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기술에 대한 수요자의 관심과 기업의 투자 등 시장원리와 선도적 연구개발(R&D) 투자와 신기술 규제에 대한 관심 등 정부의 유연한 지원책 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기존 산업의 관성과 새로운 산업의 창출력, 즉 새로운 산업의 돌파구와 어떻게 조화롭게 할 것인가. 새로운 산업의 등장은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 결코 아니고, 일자리의 형태를 바꾸는 것이다. 인공지능 ‘알파고’를 개발하는 데는 약 400명이 참가했다고 알려져 있다.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은 혼자서 알파고와 경쟁을 했던 것이다. 이러한 진보성은 바둑에서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여러 새로운 분야에서 이러한 기술의 발전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우리도 마케팅이 가능하고 팔릴 수 있는 원천기술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세계 최고급의 기술들, 반도체산업(스마트폰 포함해), 자동차 산업, 철강산업, (중)화학공업분야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만이 시장이 아니고 세계가 시장이다. 문제는 우리가 원천기술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수익률도 시장점유율도 일등이 되기 어렵고 일자리 창출면에서도 대단히 불리하다는 점이다. 이제 거의 포화상태가 돼 획기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실정이다.
 
세계는 우리 생각이나 예상보다 더 빠른 걸음으로 움직이는 데 우리는 아직도 지난 시간에 대한 관성과 향수에 너무 집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변화에 대한 관심을 갖고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면 결국 남을 따라잡기에 급급할 것이다.
 
“스마트시티를 넘어 스마트제로에너지시티로”
 
김의경 한국에너지공단 건물에너지실장에 따르면 국내외적으로 스마트시티와 제로에너지빌딩 등 용어에 대한 정의가 불명확하지만 인간중심의 안락함과 편리성, 안전성 그리고 에너지저소비형(환경개선과 경제성)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방향에는 큰 차이가 없다.
 
‘스마트시티’의 국제적인 추진현황은 영국의 밀턴킨즈, 독일의 프라이브르크, 네덜란드의 암스텔담, 덴마크의 코펜하겐,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미국의 오하이오주 콜롬버스, 싱가포르의 주룽지구, 일본의 후지사와와 도요타 등이 있다. 대체적으로 안전과 교통, 헬스케어,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스마트화하고 에너지와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전력에서 나주혁신도시에 구축중이다. 기존의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와 ESS, 분산에너지자원 등의 경험을 바탕으로 ‘스마트시티 통합 에너지운영시스템 및 융복합 신산업모델 개발’의 연구과제(‘16.5~’19.4)로 추진중이지만 이는 공급중심에서의 최적운용시스템이라 볼 수 있다. 행복도시건설청에서도 세종시에 구축중으로 스마트인프라, 스마트 에코, 스마트 라이프라는 컨셉으로 설계 추진 중에 있다.
 
이제는 세계가 스마트시티를 넘어 스마트제로에너지시티를 추진하기 위한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 스마트제로에너지시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의 접목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먼저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신재생 발전을 통해 건물에너지 사용을 ‘0’까지 이르게 하는 ‘제로에너지빌딩’으로의 건축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세계 각 국가들은 건축정책의 일환으로 제로에너지빌딩 시범사업을 추진 중에 있으며, 지역단위의 에너지관리 기술개발 및 스마트시티 구축을 위한 실증사업 등과 연계해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경우 2016년부터 법령을 정비하고 2019년까지 시범사업을 추진 중에 있으며, 2017년 1월부터는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를 시행하는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제로에너지빌딩’은 건물에너지를 최소화하는 패시브기술과 고효율기기 등의 액티브기술에 신재생에너지생산이 결합된 것으로 재실자의 쾌적성과 에너지이용효율 성능을 극대화한 건축물이라 할 수 있다. 한번 지어진 건축물이 30년간 에너지를 누적해 절감하는 측면에서 에너지절약 및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신재생에너지설비 설치는 필수라고 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의 현재기술과 환경여건, 경제성 등을 고려할 때 태양광과 지열이 가장 적합한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건물부문에서의 에너지신산업 육성을 위한 제로에너지빌딩 구현을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강점인 ICT 기술력을 에너지의 생산·소비·전환 전 과정에 융합시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너지 소비 및 온실가스 감축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물의 에너지효율화를 위해 다양한 에너지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해 활용하는 ‘ICT 기반 에너지관리 시스템’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이를 위해 계측 및 제어기술이 필요하며, 빅데이터 분석기술 등을 활용한 ‘에너지데이터 통합플랫폼’이 구축돼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해 전체 전력의 20%까지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고 에너지프로슈머 활성화, 사물인터넷, 플랫폼 기반 에너지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에너지신산업분야에서 5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계획을 뒷받침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건물 특성에 맞는 신재생에너지의 적용 확대를 추진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와 실증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9월6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1회 월드 스마트시티 위크 개막식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개막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가미래연구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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