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이케아의 진출로 국내 가구시장내 양극화 현상은 한층 심화된 양상이다. 이케아에 대응하기 위해 몸집을 키우며 공격적인 경영을 이어간 국내 브랜드 가구사들의 경쟁력은 높아진 반면 자금 기반이 부족한 비브랜드 중심의 영세 가구업체의 경영 사정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케아의 진출로 위기를 느낀 한샘, 현대리바트, 에넥스 등 대형 가구업체들 자생력을 갖추게 되면서 오히려 경쟁력이 한층 높아진 분위기다. 메기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 도망다니는 과정에서 미꾸라지가 생기를 잃지 않는다는 이른바 '메기 효과'다. '이케아 공포'가 일부 국내 가구업체들에게는 체질 개선의 기회로 작용한 셈이다.
2014년 말 이케아 진출 시점 당시 한샘의 연매출은 1조3200억원 수준이었다. 한샘의 매출은 이듬해인 2015년말 1조7000억원을 돌파했으며, 이어 지난해 1조 9300억원으로 매출 2조 클럽 가입을 눈앞에 뒀다. 이케아의 한국시장 진출 이후 2년간 40% 이상 매출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현대리바트 역시 2014년 6400억원 수준의 매출액이 지난해 7300억원대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에넥스도 2600억원에서 3900억원으로 매출액이 급등했다.
브랜드 가구사들의 실적 성장은 대형화, 온라인 쇼핑몰 등 유통 채널을 강화한 데 따른 것이다. 수도권 지역은 물론이고 지방으로 대형 매장을 늘려왔다. 기업간 거래인 특판 비중을 줄이고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비중을 확대한 전략 역시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케아의 진출이 국내 가구업계의 판도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면서 "국내 가구사들이 공격적으로 영업에 박차를 가하면서 실적 성장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가구업체가 이 같은 메기효과를 누린 것은 아니다. 가구시장에서 70% 가량을 차지하는 비브랜드 가구업체들은 경영 사정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수십년간 브랜드 파워를 쌓은 대형 가구사들과 달리 비브랜드 영세 가구사들은 대형화, 차별화 등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이케아 1호점이 광명에 들어선 이후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광명가구거리다. 이 가구거리는 이케아 광명점과 7Km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케아 진출 당시 34개 점포가 운영 중이었지만 3년이 지난 현재 27개 점포만 운영되고 있다. 이상봉 광명가구협동조합 이사장은 "매년 2~3개 점포가 폐업을 하면서 현재 27개 매장만 운영 중"이라며 "이케아 광명점 오픈 이후 매출은 30% 가량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케아가 상생목적으로 제공한 매장 내 홍보관 역시 위치상 고객이 찾기 어렵다보니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가구거리를 홍보하고 매출을 높이기 위해 마련한 가을 축제도 큰 효과가 없다. 지난달 말까지 2주간에 걸친 가을 축제가 진행됐지만 매출을 끌어 올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광명가구거리에서 20년간 점포를 운영해온 한 점주는 "축제기간에는 60% 이상 할인해서 가구를 팔고 있지만 매출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며 "지난해 축제 때보다 20% 이상 더 매출이 감소한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100여개 가구점포가 운영 중인 일산가구단지. 사진=뉴스토마토
200여개 가구매장이 영업 중인 고양·일산가구단지 역시 이케아 고양점 오픈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고양가구단지와 일산가구단지는 이케아 고양점에서 각각 7Km, 12Km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기자가 찾은 일산가구단지는 한산하다 못해 적막한 분위기까지 감돌았다. 30여년간 가구매장을 운영 중인 한 점주는 "오픈 효과인가 생각했는데 계속해서 손님들 발길이 줄고 있다"며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한탄했다. 그는 "고양, 일산 가구단지는 자생적으로 조성된지 45년이 넘은 대한민국 가구의 메카"라며 "때문에 매장들이 입는 피해는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세환 고양가구단지조합 이사장은 "이케아 오픈 이후 매출이 20~30% 가량 떨어졌다"며 "이번달 안에 18개 매장이 문을 닫을 예정이다. 재개발로 매장을 빼야하는데 보통은 주변으로 이전을 하지만 18개 매장 모두 폐업을 결정한 상태"라고 전했다.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조합원들의 개인투자가 필요하다보니 이 또한 쉽지 않다. 고양, 일산가구단지 조합은 이케아에 대한 대응책으로 가구타운을 세우기로 했다. 규모의 경제로 이케아와 경쟁하겠단 계획이지만 조합원을 모집하고 비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정 이사장은 "원하는 조합원에 한해 신청을 받고 있는데 개인 비용으로 타운을 건립하는 것이다 보니 진행상황이 쉽지 않고 빠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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