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삼성그룹이 최순실의 딸 정유라씨에게 거액의 승마 특혜지원을 하는 과정에서 최씨의 요구가 대부분 반영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는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근혜전 대통령과 최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씨와 삼성 사이에 승마 후원 논의가 있었다는 정황을 확인할 수 있는 여러 중요 진술을 내놨다.
그는 "삼성에서 고액 후원해주면서 자신들 의사는 고려하지 않고 최씨가 원하는 대로 다 해줬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박 전 전무는 최씨의 측근으로, 독일 현지에서 정씨에 대한 승마훈련 지원을 돕고 승마지원을 삼성에 제안한 인물로 지목된다. 그는 거액의 승마 지원금을 받는 과정에서 삼성 측과 협의하는 등 최씨와 삼성 간 중간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재판에는 최씨 소유로 알려진 코어스포츠와 삼성이 컨설팅 계약 체결 당시 문건도 공개됐다. 이 계약에는 박 전 전무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에는 삼성전자가 비용 지출 시 금액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와 커미션 명목으로 코어스포츠에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박 전 전무는 최씨가 수수료를 10%에서 15%로 올리는 계약 조건을 결정했고, 그 지시대로 관철됐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삼성이 비선실세 최씨의 실체를 파악해 이 같은 계약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전무는 코어스포츠와 삼성전자 간 용역계약 과정에서 "최씨가 구체적 액수를 말하면 그걸 일일이 적어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와 계약조건을 협의했다"며 최씨가 계약을 직접 지시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재차 했다. 이는 박 전 전무가 정유라씨의 독일 승마훈련 지원계획인 '중장기로드맵' 작성을 위해 삼성을 이용하고 정씨를 끼워 넣었다는 최씨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한편 삼성전자의 승마지원에 대해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이를 은폐하기 위해 회의를 열고 방안을 논의한 정황도 드러났다. 박 전 전무는 2015년 12월 황 전 전무, 김종찬 전 승마협회 전무와 함께 언론 취재에 대응하기 위한 회의를 열었다. 정씨가 타던 말인 살시도를 재판매하고, 차후 정보유출을 막기 위해 비밀보완을 하면서 큰 회사와는 (마필) 거래를 보류한다는 등의 대응책을 세웠다. 또 정씨 지원에 대해서도 '장래 유망한 선수를 지원한다는 원안으로 복귀하자'고 했다. 검찰이 "황 전 전무를 비롯해 삼성 관계자는 코어스포츠를 최씨가 직접 운영한다는 것을 알고 그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냐"는 질문에 박 전 전무는"그렇다"고 답했다.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관련 6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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