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모바일 안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인터넷 군중노선
2017-09-11 08:00:00 2017-09-11 08:00:00
맑은 초가을 베이징 하늘은 APEC 블루가 다시 돌아온 것처럼 푸르고 푸르다. 그러나 거리에서 지하철에서 그리고 버스에서 만나는 베이징 사람들은 파란 하늘 보다는 손 안에 놓인 스마트폰에 더 많은 눈길과 손길을 보내고 있다. 이미 스마트폰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모바일 플랫폼은 베이징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할 정도로 생활 곳곳에서 그 쓰임새를 넓혀가고 있다. 노점상에서 전병을 파는 사람도 과일을 파는 행상도 이제는 대부분 현금을 주고받지 않는다. 모바일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전자결재 플랫폼을 이용하여 거래를 하고 있다.
 
이미 시민 대부분 일상생활에서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바코드를 스캔하기만 하면 언제어디서나 공유 자전거를 탈 수 있고 택시도 부를 수 있고 물건도 살 수 있게 되었다. 현금결재에서 카드결재를 거쳐서 전자결재로 이어지는 고전적인 거래는 이미 중국에서 매우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현금결재에서 바로 모바일을 이용한 전자결재로 이동하면서 바코드에 스마트폰을 스캔만 하면 모든 결재가 이루어진다. 위챗페이나 알리페이로 불리는 결재에서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 모바일 혁명이 베이징 거리에서 실현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모바일 혁명은 정치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미 모바일이 일상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그대로 방치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를 기회로 당은 모바일을 이용한 새로운 정치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 압력에 노출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상황을 웅변하는 것이 바로 요즘 중국에서 심심찮게 논의되는 이른바 ‘인터넷 군중노선’의 강조이다. ‘인터넷 군중노선’은 2016년 4월 19일 당시 중국 인터넷 안보와 정보화 영도소조(中央網絡安全和信息化領導小組) 조장인 시진핑 주석이 제안한 개념이다. 각급 당정기관과 영도간부들이 자주 인터넷을 들여다보면서 군중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바람을 가지고 있고 어떤 좋은 건의 사항이 있는지를 수집하고 적극적으로 반응하여 네티즌들의 우려와 관심, 의문 사항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라는 주문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동안 일부 네티즌들의 공간으로만 치부되던 사이버 공간에 당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들어가서 새로운 군중노선의 전형을 만들어라는 일종의 사이버 공간에 대한 당의 개입을 촉구하는 개념으로 출발했다.
 
사실 중국 혁명과정과 국가건설과정, 사회주의 집권 기간 군중노선은 당의 대표적인 정치노선 가운데 하나로 강조되어 왔었다. 군중노선은 일체의 모든 것은 군중에게 의지하고 군중 속에서 가져오고 군중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으로 사실상 중국의 혁명과 건설과정에서 중국의 법보(法寶)와도 같이 간주되었다. 그러나 사회가 전문화되고 다원화되면서 당의 군중노선은 엘리트주의에 묻히기도 하고 당정 영도간부 중심으로 정치생활이 중시되면서 상대적으로 방기된 측면도 없지 않았다. 시진핑 주석은 당을 다시 재건하고 군중 속에 깊게 뿌리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중국혁명의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군중노선의 강조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 과정에서 당이 모바일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고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모바일을 당의 주위에 있게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미 모바일이 일상생활에서 깊숙이 들어가 있는 상황에서 이를 방기하거나 방치하는 경우 당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모바일에 군중노선의 플랫폼을 만드는 일에 관심을 보이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미 모바일이 중요한 소통 공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당의 입장에서도 모바일 공간을 장악해서 당의 이념과 노선을 확산시키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하는 필요성과 당위성은 이미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익명성이 강조되는 인터넷 공간에서 당이 어떻게 군중노선을 확산시켜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수단과 방식은 아직 현시화되지 않고 있다. 다만 ‘인터넷 군중노선’의 강조는 인터넷도 당의 중요 관심 영역에서 이제는 확실한 관리 영역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거대한 정보의 바다에 당이 과감히 뛰어들어 그 큰 물결을 이끌고 가겠다는 당찬 포부는 그러나 ‘인터넷’이라는 21세기 바다에 ‘군중노선’이라는 20세기 조각배를 띄우겠다는 부조화를 어떻게 조정하고 안착시키느냐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베이징의 파란 하늘만큼이나 잠시 머무르다 사라져버리는 ‘인터넷 군중노선’이라면 시작하지 아니함만 못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군중노선’이라는 당의 새로운 실험이 알리페이나 위챗페이처럼 잘 착근하는지 지켜볼 일이다.
 
양갑용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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