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결핵, 부끄러운 자화상
2017-09-07 06:00:00 2017-09-07 08:53:39
[뉴스토마토 권순철 기자] 최근 잘 아는 후배가 박사 학위를 받으러 영국으로 갔다. 영국에 가기 며칠 전 송별회 겸 만난 자리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영국에 학생 비자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한국인들은 반드시 결핵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검사 과정서 불편함도 토로했다.
 
결핵검사는 영국에서 지정된 병원에서만 받아야 한다. 지정된 병원은 전국을 통틀어 서울 시내에 단 두 곳 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당 병원에서 결핵 관련 자세한 검사를 하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과거에 결핵을 앓았는지. 지속적으로 기침을 하고 있는지’ 등 기초적인 문진만 한다고 한다. 하지만 비용은 만만치 않다. 4인 가족 기준으로 문진비용 12만원(각 3만원)과 성인의 경우 반드시 엑스레이를 촬영해야 하므로 16만원(각 8만원)을 더해서 28만원이 들어간다.
 
후배로부터 이런 얘기를 듣는 순간 떠오른 생각은 ‘결핵은 후진국병이 아닌가’,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국가(OECD)에 가입한 지가 언젠데’였다.
 
그래서 주한영국대사관에 정식으로 이와 관련한 질문을 했다. 대사관측의 답변은 “한국의 결핵 발생률은 10만명 당 80명으로 결핵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발병률(10만명 당 40명)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것이었다.
 
정말 그랬다. 우리나라의 결핵 발병률은 OECD 국가 중 1위다. 발병률은 OECD 평균의 7배 정도이며, 결핵환자의 사망률도 인구 10만명 당 3.8명으로 OECD의 5배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결핵 환자는 수는 무려 17만여 명에 이른다. 영국 뿐만 아니라 미국, 프랑스 등도 결핵 고위험국 국민이 3∼6개월 이상 장기체류를 신청하는 경우 비자발급 단계에서 결핵검진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문제는 수 십년 동안 ‘결핵 오명국’이라는 불명예스런 말을 듣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병률이 높은 원인을 아직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인구과밀 국가이고, 많은 사람들이 환기가 잘 되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으므로 결핵환자(또는 잠복 결핵환자)의 기침 등으로 쉽게 감염되지 않았나 하는 추론을 하고 있을 뿐이다. 결핵은 호흡기를 통해 쉽게 감염될 수 있다.
 
다행히 결핵은 예방도 가능하고, 치료약도 많다. 보건당국도 결핵 퇴치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예를 들면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에 따라 지난 2013년부터 ‘예방적 화학요법’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예방적 화학요법이란 결핵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결핵 위험군에서 잠복결핵 감염자를 찾아내 결핵이 발병하기 전에 미리 치료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도 결핵·잠복 결핵 무료검진을 통해 결핵으로부터 안전한 사회 실현을 목표로 내년도 예산을 편성했다. 결핵 검진 지원대상자는 노인 17만명이며 의료 기관 종사자(10만명), 어린이집 교사(4만명), 외국인 근로자(3만5000명), 군 입대 예정자(34만명) 등은 잠복 결핵검진 대상자다. 만약 검진결과 결핵 및 잠복결핵 확진이 판정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치료비를 무상지원한다.
 
‘몹쓸병’인 결핵을 완전히 퇴치하기 위해서는 정부 뿐만 아니라 온 국민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우선 결핵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위생관리 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
 
권순철 정경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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