궐련형 전자담배(이하 전자담배) 개별소비세 인상 문제가 추후논의로 미뤄졌다.
이 문제는 전자담배에 대한 과세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논의에서 시작됐다.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의 '글로'에 붙는 개소세는 1갑(20개비)당 126원 수준이다. 파이프 담배에 붙는 개소세와 같고, 일반 궐련형 담배(이하 일반 담배)에 붙는 594원에 비해서는 20% 수준이다.
제품출시가 예상됐음에도 과세당국이 근거 마련에 미적대면서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적지 않다. 그러나 과세체계상 면세라는 명시적 근거가 없는 한 합리적 기준에 따라 과세가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뒷북'이기는 하지만 꼭 필요한 논의였다. 논의과정을 지켜보면서 든 생각은 '말만 많다'는 것이었다. 국회 주변을 떠도는 소문이 참 많았다.
처음으로 들려온 말은 외국계 담배회사에 비해 전자담배 출시가 늦은 KT&G가 국회를 상대로 개소세 인상 여론을 적극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일반 담배 소비자들 수요가 전자담배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박하는 소문이 곧 흘러나왔다. 전자담배 개소세 인상안을 발의한 의원의 지역구에 엽연초(잎담배) 재배농가가 많고, ‘큰 손’인 KT&G에 유리하게 법안을 발의했다는 것이었다.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외국계 담배회사 국회 대관 담당자가 개소세 인상을 반대하는 의원실에 ‘며칠 동안 진을 쳤다’, ‘보좌진과 학연으로 얽힌 돈독한 관계'라는 말이 나왔다.
이견은 있었지만 기재위 조세소위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전자담배 개소세 인상안은 원래 예정됐던 기재위 전체회의 날에 처리되지 못 했다. 조경태 기재위 위원장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전체회의 상정을 미룬 것을 두고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말이 무성했다.
개소세 인상안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28일 기재위 전체회의 안건으로 올랐다. 논의는 순탄하지 않았다. '과세공백을 메워야 한다',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소비자들에게 가격부담이 귀착된다'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결국 "악덕 담배재벌에 기재위가 놀아난 것 같아 걱정스럽다.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자"(이종구 바른정당 의원), "KT&G를 포함해 왜 독점하는지 보자"(조경태 위원장)는 발언까지 나왔다.
전자담배에 대한 식약처 유해성 검사 착수 사실을 두고 자유한국당 소속 조 위원장과 같은 당 김광림 의원이 서로 다른 '팩트체크'를 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원내대표를 찾아가 조 위원장과의 중재를 요청하기도 했다. 말이 중재지 '말려 달라'는 요청이었다는 후문이다.
일반 담배의 75% 수준인 450원의 개별소비세 부과안이 만들어졌지만 전체회의 의결에는 이르지 못 했다. 이후 또 다른 말이 들려왔다. '외국계 담배회사가 '75% 인상안'을 제시했다는 말이 있다'는 것이다.
일반 담배든, 전자담배든 상관없이 이런 식의 논의가 유해하다는 것 하나는 제대로 알았다. 소비자들의 혼란은 가중됐고 과세공백도 메우지 못 했다. 수많은 세법을 다뤄야 할 기재위가 담배회사들의 이해관계 싸움에 휘둘렸다는 의심을 자초했다. 유감 중 유감이다.
정치경제부 한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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