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롯데가 지주사 전환을 위한 첫 발을 성공적으로 내딛으며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오너 리스크'가 여전한 변수로 남으면서 마냥 미소짓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날 롯데쇼핑 주총에는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82.4%가 참석했고, 참석 주식 수의 82.2%가 찬성했다. 이원준 부회장(유통BU장), 강희태 롯데백화점 대표,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 등이 참석했으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주주 권한을 서면으로 위임해 분할합병안에 찬성했다. 이 외 롯데제과, 롯데푸드, 롯데칠성음료 임시주총에서도 80%를 웃도는 압도적 찬성 속에 분할합병안이 무난히 통과됐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1일 예정대로 '롯데지주 주식회사'가 출범하게 됐다. 분할합병 방법은 인적분할 방식으로 롯데는 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의 투자부문과 나머지 3개사의 투자부문을 합쳐 지주 주식회사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는 이번 지주회사 출범이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 지주회사가 탄생하면 우선 롯데그룹의 순환 출자고리는 67개에서 18개로 줄어든다. 복잡한 순환 출자고리가 상당 부분 해소된다. 무엇보다 지주사 전환의 궁극적 목표인 신동빈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도 꾀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신 회장은 현재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지분을 각각 13.48%, 9.07% 보유하고 있는데 지주회사 출범 시 보유 지분이 20~30%대로 높아진다.
신 회장과 롯데그룹은 계획대로 지주사 전환이 가시화됐지만 리스크도 존재한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지주사 전환에 여전히 제동을 걸고 있는데다 '최순실 게이트' 재판 불똥이 튈 경우 신 회장의 경영권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소액주주들와 손잡고 롯데 지주사 전환에 반대하고 있다. 신 회장이 롯데쇼핑의 중국 사업 위험성을 간과한 채 합병비율을 산정해 주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롯데소액주주들 역시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을 저지하기 위해 임시주총 직전까지 막판 공세를 펼쳤고, 지주사 출범시 롯데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롯데제과 주총장에 나타난 이성호 롯데소액주주연대모임 대표도 "지주사 전환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이후 주가 추이를 살펴본 뒤 손해를 산정해 경영진에 배임혐의 관련한 소송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지주회사 출범 이후다. 4개사 분할합병을 통해 롯데지주가 출범하더라도 신 회장이 받아야 할 재판들로 향후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펼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태다.
신 회장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뇌물공여 혐의와, '경영비리'와 관련된 재판을 받고 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1심 법원이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한 탓에 같은 혐의로 기소된 신 회장의 1심 판결에도 먹구름이 낀 상황이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뇌물 혐의만큼은 무죄를 받은만큼 '긍정적 신호'라는 분석도 있지만, 이 부회장의 경우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인 반면 신 회장은 '면세 사업권 신규 취득'이라는 구체적인 현안이라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도 동시에 나온다.
만약 신 회장이 유죄를 선고받는 등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수세에 몰려있는 신 전 부회장의 '역공'이 거세지면서 롯데지주를 통해 공고한 지배구조를 만들겠다던 신 회장의 계획도 좌초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두 재판 모두 1심 선고가 지주사 출범이 예정된 오는 10월로 예정돼 있어 롯데와 신 회장에겐 '운명의 10월'이 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의 험난했던 지주사 전환 과정이 일단 순조로운 첫 삽을 뜨게 됐지만 악화된 핵심 계열사 실적 정상화와 신동빈 회장 재판 등 변수가 여전하다"며 "결국 신 회장의 경영능력과 재판부의 판단이 향후 '롯데지주'의 성공적 출범을 좌우할 잣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롯데그룹 오너가 비리사건 27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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