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상위 제약사들의 도입의약품 의존도가 더욱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매출 성장을 위해 글로벌 제약사의 대형 신약 도입에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24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0개 주요 제약사의 매출액 대비 상품매출액 비중은 올 상반기 42.3%로 전년 동기(41%) 대비 1.3%포인트 상승했다. 10개 제약사의 상품매출액(1조5719억원) 성장률은 9%로 전체 매출액(3조7152억원) 성장률 6%보다 높았다.
상품매출은 타사로부터 도입해 판매하는 의약품에서 발생하는 매출을 말한다. 10개 제약사의 전체 매출에서 40% 정도가 '남의 약물'을 팔아 올린 매출인 셈이다. 도입의약품은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제약사와 제휴를 체결해 대신 판매해주는 외국 신약이 대표적이다. 단순 유통이어서 이익률이 낮지만, 전세계에서 검증된 유명 신약을 판매하면 손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내수 시장 성장률이 둔화한 데다가 신약 R&D 투자비용이 증가하면서 당장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도입의약품 확보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체 개발한 제품은 직접 제조하기 때문에 이익률이 높지만 장기간 R&D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는 게 난점이다. 10개 제약사의 R&D 투자비는 37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했다. 매출액 대비 R&D 비용은 10%다.
매출액 대비 상품매출액을 업체별로 살펴보면
유한양행(000100)이 72.6%로 가장 높았다. 상품매출액 비중은 더욱 상승할 전망이다. 1200억원 규모 길리어드의 C형간염치료제 '소발디'와 '하보니'를 추가로 도입했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이 팔고 있는 도입 신약은 길리어드의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1170억원)', 베링거인겔하임의 당뇨치료제 '트라젠타(900억원)'와 고혈압치료제 '트윈스타(800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제약업계 역대 최대 매출액인 1조3008억원을 달성했다. 상반기에는 매출 7000억원을 돌파하며 올해 1조5000억원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제약사 1위 업체임에도 상품매출액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게 문제다. 수입 의약품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약업계 현주소라는 지적이다.
이어
한독(002390) 50.7%,
JW중외제약(001060) 49.9%,
녹십자(006280) 46.6%,
대웅제약(069620) 41.6%,
종근당(185750) 35.2%,
동아에스티(170900) 35.1%,
보령제약(003850) 32.6% 등의 순이었다. 보령제약과 대웅제약이 전년비 각각 6.1%포인트, 5.2% 포인트 상품매출 비중이 크게 상승했다. 보령제약은 지난해 아스텔라스의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하루날디(650억원)'와 과민성방광 치료제 '베시케어(250억원)', 로슈의 항암제 '타쎄바(170억원)' 등을 도입했다. 대웅제약은 당뇨치료제 '제미글로(560억원)', 아스트라제네카 고지혈증치료제 '크레스토(740억원)', 다이이찌산쿄 항응고제 '릭시아나(42억원)' 등을 새롭게 판매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상품매출액 비중이 8.3%로 최저 수준을 기록했으며, 전년비 5.4% 포인트 하락했다. '남의 제품'을 도입하기보다는 자체 제품 개발과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종근당과 동국제약도 전년비 각각 2.1% 포인트, 1.2% 포인트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도입의약품은 판권 회수 시에 단숨에 매출이 증발할 수 있다는 게 문제"라며 "글로벌 신약 도입에만 매진하면 장기적으로 수입의약품 의존이 심해져 국내 제약산업 근간이 취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상품매출이 70%에 달하는 유한양행이 길리어드의 신약을 연이어 도입했다. 지난 2월 HIV 치료제 '젠보야' 에 이어 올 7월 1200억원 규모 C형간염치료제 '소발디'와 '하보니' 독점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제공=유한양행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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