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관치에 멍든 수협은행장 인선
2017-07-11 08:00:00 2017-07-11 08:01:25
[뉴스토마토 이정운기자] 수협은행장의 임기가 지난 4월12일 만료됐지만 현재 3개월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수협은행장의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그간 수협은행장을 선임하기 위해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가 수차례 개최되면서 인선을 결정짓는 듯 보였지만 10여차례의 회의를 거듭했음에도 파행으로 유지되고 있는 상태다.  
 
이같이 수협은행장의 선임을 두고 행추위가 이견을 조율하지 못하는 것은 수협은행장 인선 배경에 관치금융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수협중앙회 측 행추위 위원들은 금융경쟁력 확보를 위해 내부출신 금융 전문가를 선임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금융권의 CEO자리에 전문경영인 출신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수협은행 입장에선 타당한 주장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 측 행추위 위원은 수협은행에 투입된 1조1000억원 규모의 공적자금 회수와 상환 관리를 명분으로 관료 출신을 고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협은행이 수협중앙회로부터 독립 분사한 이후 첫 수협은행장의 자리가 공석으로 이어지면서 사상 초유의 행장 공백이라는 사태에 직면한 것이다.
 
관치금융이란 정부가 재량적 정치운용을 통해 민간 금융기관에 관여함으로써 금융시장의 인사와 자금배분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과거 국가 주도의 경제 성장을 이뤄내면서 정부가 금융기관을 장악해왔다. 그러나 지난 IMF경제위기 사태 이후 본격적인 관치철폐에 대한 지적이 나오면서 정경유착에 의한 금융정책과 정부 입김이 경제회생의 걸림돌로 지적되는 등 전면적인 금융개혁이 요구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한 금융정책을 통해 관치금융의 폐해를 없애기로 하고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초기 수협은행의 출범에 아직도 관치금융의 잔재가 남아있는 것이다.
 
현재 수협은행장 선임을 위해 구성된 행추위 위원은 기획재정부, 해양수산부, 금융위원회 등 장관급 정부 추천 인사 3명과 수협중앙회 추천 인사 2명으로 구성됐다. 정부 측 인사가 더 많은 만큼 사실상 정부의 의사결정이 더 유리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수협은행장 인선부터 과반수(3분의 2)이상의 득표를 얻어야만 한다. 5명 위원 가운데 4명의 동의를 받은 후보가 차기 행장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현재 행추위의 의견이 3대 2로 나뉘면서 정부와 수협중앙회의 지배구조를 둔 힘겨루기로 최종 후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같이 수협중앙회 측 인사와 정부 측 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행장 공백 사태에 수협은행은 임시책으로 지난 4월13일부터 비상임이사인 정만화 수협중앙회 상무의 직무대행 체제를 가동했다. 경영공백과 대외적 인식 악화를 해결하고 수협은행장 선임에 속도를 내기 위한 묘수였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조기대선을 틈타 공무원들이 자리 챙기기에 나서면서 수협은행장의 인선이 더욱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새로 출범하며 내부 출신 수협은행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 등 금융권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선 이번 수협은행장 선임이 그간 금융권 인사에 만연했던 정부의 관피아 인사를 끊어내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장기화되고 있는 수협은행장의 인선이 마무리되면 정부의 적폐청산에 대한 본격적인 평가나올 것이다. 수협은행장은 금융권 수장 인사의 첫 시험대다. 관치 인사로 물든 금융권의 적폐가 청산되기를 기대해본다.
  
이정운 기자 jw891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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