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여야는 20일 야3당이 단독 소집한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면충돌했다. 여야 의원들은 회의장에서 서로 삿대질하며 상대방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야3당은 “국회가 청와대의 인사참사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운영위만 여는 건 무슨 의도냐, 노골적인 정치공세”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 운영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청와대 인사검증 책임자인 조국 민정수석, 조현옥 인사수석, 임종석 비서실장 등을 국회에 불러 인사시스템을 점검하겠다며 운영위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운영위원장인 한국당 정우택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이에 응해, 예정보다 15분 늦은 오후 2시15분 운영위가 개의됐다. 여야 간사간 합의가 없어 안건은 특정되지 않았고, 의원들의 자유발언만 이어졌다.
한국당 민경욱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그럴싸한 말만 만들고 인사청문회 따위는 참고용이라고 평가절하하는 오만함을 짚어야 한다”며 “정부의 연이은 인사 실패가 묵과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인사검증을 담당하는 조국·조현옥 수석, 임종석 비서실장이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의 미국 워싱턴 발언을 문제삼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출석도 요구했다.
민 의원의 발언 도중 민주당 의원들이 회의장에 입장하면서 여야 의원들의 신경전이 시작됐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가 “의사진행발언 시간을 지켜달라”고 민 의원에게 소리치자, 민 의원은 “위원장이 발언하라고 해서 발언한 것”이라며 “당신 늦게 와가지고 뭐하는거야”라고 맞고함 쳤다. 주위의 여야 의원들 역시 상대진영을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 위원장이 “모두에게 발언시간을 주겠다”며 과열된 분위기를 일단 진정시켰지만, 여야 의원들은 자유발언을 통해 공방을 이어갔다.
박 수석부대표는 “여야가 서로 상대방 입장을 고려해 열어야 하는 것이 국회 운영위다. 새롭게 2개 정당이 원내대표단을 선출했지만 상견례조차 아직 안 했고, 간사도 선출하지 않았다”며 “오늘 회의는 절차도 명분도 없다. 여야 간 합의되지 않은 회의를 열어 정치공세의 장이라도 만들듯 해선 안 되는 것 아닌가”라며 정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한국당 김선동 의원은 “오늘 회의 소집은 국회법에 따라 4분의 1 이상 의원들의 요구로 했다”며 “명분이 없는 게 아니다. 청와대의 인사 참사와 검증 부실 등을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재차 박 의원은 “(인사청문회 관련) 모든 국회 상임위가 마비돼 있는데 운영위만 여는 건 무슨 의도냐”고 따졌다. 같은 당 강훈식 원내대변인 역시 “국회법 49조 2항을 보면 개회 일시를 여야 간사와 협의해야하는데 지금 국회법을 어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운영위원장은 집권 여당에서 담당하는 게 관행”이라며 “13대 국회 이후 운영위원장은 전부 집권 여당이었고, 20대 국회 전반기 원구성 당시 제1당이 민주당이었음에도 새누리당(현 한국당)에 운영위원장을 양보했다”면서 운영위원장 교체를 주장했다.
이에 민경욱 의원은 “20대 국회 개원 당시 국회의장과 예결위원장, 운영위원장은 패키지 협상 대상이었다”며 현재 여당 몫인 예결위원장을 내놔야 운영위원장 교체를 논의해 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날선 공방 끝에 민주당 의원들은 입장 30여분 만에 퇴장했다. 그러나 야3당 의원들은 자리에 남아 정부여당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국민의당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 의원들의 퇴장을 가리켜 “구태의연한 행동”이라며 “여당이 상대방 이야기를 듣지 않고 무조건 청와대 편만 드는 것도 능사가 아니다. 5년마다 반복되는 행태가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여당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야당이 요구하는 만큼 덜 양보하고 협상하는 것이 여당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 김정재 의원은 “우리가 여당일때 운영위나 다른 상임위를 윽박지르고 재뿌리고 나간 적이 없었다”며 “여당 의원들은 야당 시절에도 그러더니, 여당 되고나서도 무책임한 행동에 적잖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개의 1시간30분여를 넘긴 오후 3시51분께 종료됐다. 정우택 위원장은 “제 의정경험에 비춰봐서 오늘 여당의 행동은 작전을 짜고 들어와 회의장을 혼란스럽게 만들겠다는 의도가 아니면 할 수가 없다”며 “여당이 많은 아량을 베풀어줄 때 여야 협치가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회의 진행에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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