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이른바 '돈 봉투 만찬' 사건에 대한 감찰 결과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현 부산고검 차장검사)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현 대구고검 차장검사) 등이 7일 '면직'으로 징계가 청구됐다. 이 전 지검장에 대해서는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수사가 의뢰됐다.
법무부·대검찰청 합동감찰반은 이날 오후 3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감찰 결과를 발표했다. 감찰반에 따르면 이 전 지검장은 지난 4월21일 있었던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 만찬 회식에 참석한 법무부 검찰과장과 형사기획과장에게 각각 100만원이 들어있는 봉투를 격려금 명목으로 지급하고, 1인당 9만5000원의 식사를 제공하는 등 각각 총 109만5000원의 금품등을 제공해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
이 전 지검장은 또 법무부 검찰과장과 형사기획과장이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등 특수활동을 실제 수행하는 사람이 아닌데도 두 사람에게 특수활동비로 격려금을 지급해 예산 집행지침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 전 검찰국장에게도 사교·의례 목적으로 제공하는 음식물 제한 가액인 3만원을 넘는 9만5000원 상당을 접대해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찰반은 이 전 지검장이 만찬 회식 자리에서 금품 등을 제공해 인사·형사 사건 감독 등 검찰 사무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초래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으로 검사로서의 품위를 손상하고, 면전에서 이뤄지는 부하직원들의 부적절한 금품 수수를 제지하지 않고 방관해 지휘·감독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감찰반은 모임 경위와 성격, 제공된 금액 등을 종합해 볼 때 이 전지검장이 지급한 격려금을 뇌물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불법영득 의사를 가지고 횡령한 것으로도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안 전 국장에 대해서는 대상자 본인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이의 통화내역 관련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특수본의 관련 수사가 종결된 지 나흘 만에 저녁 술자리를 가지고, 특수본 간부인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와 부장검사 5명에게 금품을 지급해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심히 훼손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으로 검사로서의 품위를 손상했다고 지적했다.
감찰반은 안 전 국장의 금품 제공을 우병우 수사팀의 직무수행에 대한 '대가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고, 특수활동비를 수사비로 지급한 것은 사용 용도를 벗어나지 않으므로 횡령죄나 예산 집행지침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안 전 국장이 특수활동비의 용도 범위 내에서 지급한 수사비는 청탁금지법상 '상급 공직자 등'이 주는 금품이거나 공공기관인 법무부가 법무부 소속인 검찰 공무원에게 주는 금품에 해당되므로 청탁금지법위반이 아니라고 봤다.
감찰반은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에 대해 더는 검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하기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각각 '면직' 청구가 타당하다고 권고했다. 특히 이 전 지검장의 격려금과 음식물 제공은 청탁금지법 위반으로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고 판단해 그 부분에 대한 수사 의뢰를 권고했다. 나머지 만찬 참석자에 대해서는 모두 검사로서의 품위를 손상한 점 등 비위 혐의가 인정되지만, 상급자의 제의에 따라 수동적으로 참석한 점 등을 고려해 각각 '경고' 조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권고했다.
봉욱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이날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에 대해 각각 '면직' 의견으로 법무부에 징계청구하고,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와 부장검사 5명에 대해 경고 조치했다. 이금로 법무부장관 직무대행은 이날 이 전지검장을 대검에 수사의뢰, 검찰과장과 형사기획과장에 대해 경고 조치했으며, 안 전 국장 등에 대한 관련 고발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이므로 감찰기록을 이첩하기로 했다.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 등은 지난 4월2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B식당에서 저녁 모임을 했다. 당시 안 전 국장이 국정농단 사건 수사팀장들에게 70만~100만원씩의 격려금을, 이 전 지검장이 법무부 간부 2명에게 100만원씩의 격려금을 지급한 것이 드러났다. 다음날 이 격려금은 반환됐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같은 달 17일 구속기소된 후 나흘 만에 모임을 한 것은 부적절한 처사란 논란이 일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이 사건에 대한 감찰을 진행하도록 법무부와 검찰청에 지시했다.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 감찰본부는 장인종 법무부 감찰관을 총괄팀장으로 하는 총 22명 규모의 감찰반을 구성한 후 그달 18일 감찰에 착수했다. 이후 감찰반은 만찬 참석자 10명에게 경위서를 제출받은 후 대면조사를 진행하고, 통화 내역, 계좌 내역 등 필요한 자료를 임의제출받아 검토했다.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왼쪽),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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