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쌍둥이 2세' 경영, '계열분리' 수순
신동원·동윤 형제, 지분 교통정리 '윈윈'…내부거래 비중 낮출 전망
2017-05-24 06:00:00 2017-05-24 06: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농심(004370) 2세 쌍둥이 형제들이 서로 경영하고 있는 회사 주식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지배력 강화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장남의 후계구도 안착과 형제간 책임경영 강화 포석이라는 분석과 함께 최종적으로는 계열분리 수순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신춘호 농심 회장의 장남 신동원 농심 부회장은 신동율 율촌화학 부회장이 보유한 농심홀딩스의 주식 30만 1500주를 각각 27만 7770주를 시간외 매매 방식으로 사들였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그의 동생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은 농심홀딩스로부터 율촌화학 주식 207만 8300주를 각각 194만 6000주를 매입했다. 형제가 각각 보유하고 있던 상대방 회사의 주식을 서로 주고받으며 각자 경영하고 있는 회사의 지분을 늘린 셈이다.
 
신동원·동윤 부회장은 신춘호 농심 회장의 쌍둥이 장남과 차남이다. 신춘호 회장은 일찌감치 신동원, 동윤, 동익 3형제의 그룹 내 경영 범위를 차별화하며 후계 구도를 정리했다. 신동원 부회장과 신동윤 부회장은 각각 농심과 포장재 자회사 율촌화학을 경영하고 있으며, 삼남인 신동익 부회장은 유통회사인 메가마트를 운영 중이다.
 
신동원 부회장은 이번 주식 매입으로 농심홀딩스의 지분을 36.93%에서 6%p 오른 42.92%로 확대했다. 농심홀딩스는 농심의 지주회사로, 지분의 32.72%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만큼 신동원 부회장의 지배력이 한층 더 강화된 것이다. 신동윤 부회장도 이번 거래로 율촌화학의 지분을 5.10%에서 13.93%로 대폭 확대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농심 안팎에선 오너 2세간 지분 교통정리를 두고 후계구도 정비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계열분리를 통해 농심홀딩스를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이, 율촌화학을 차남인 신동윤 부회장이 각각 챙겨가는 구도로 해석된다. 삼남인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은 이미 계열분리를 마무리 지은 상태다.
 
계열분리와 맞물려 농심의 내부거래 비중도 지속적으로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율촌화학의 경우 농심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커 '일감 몰아주기'의 근원지로 줄곧 지적받아왔다. 새 정부가 기업들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계열분리를 서둘러 내부거래의 근본적 유인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한편 농심홀딩스의 1대주주 자리를 확고히 다진 신동원 농심 부회장의 공격경영도 힘을 받을 전망이다. 최근 농심이 라면시장에서의 입지가 흔들리는 가운데 지분 확대에 나선 신 부회장의 행보를 두고 농심의 보수적 경영스타일이 바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농심은 보수적인 식품업계에서도 더욱 보수적인 경영으로 유명하다. 신춘호 회장의 무차입 경영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신라면과 너구리 등 장수제품이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어 보수적 경영기조를 유지해도 시장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심은 최근 경쟁사들의 점유율 확대로 위기에 놓여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농심이 라면·식품 제조 계열과 율촌화학 등 화학 사업 간 계열 분리 가능성이 있다"며 "2세로 경영권이 완전히 넘어가면 매우 보수적이었던 경영 스타일이 보다 적극적인 스타일로 바뀔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신동원 농심 부회장(왼쪽)과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 사진/농심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