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진품으로 판정한 수사에 불복해 항고한 유족이 17일 검찰을 항의 방문했다.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 컬리지 교수는 이날 서울고검 청사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고소인의 진술을 전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입국한 김정희 교수는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결과에 대해 허점이 많고, 논리가 부족하고, 사실이 아닌 내용이 근거로 사용됐으므로 다시 점검해주십사 하고 항고장을 접수했다"며 "하지만 그동안 수사 결과라든지, 고소인의 진술을 듣고 싶다는 의견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건을 담당하는 검사는 계속 만나주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계속 변호인이 연락해서 고소인이 진술을 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는데, 만나주겠다는 연락이 없어 오늘 찾아온 것"이라고 설명한 후 "면담은 절대로 못 하는 것으로 결정이 됐다고 한다"고 검찰 측의 입장도 전했다.
김 교수는 검찰 수사에 대해 "수사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은 결정"이라며 재차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검찰이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데 사용한 증인들의 증언이 신뢰할 수 없는 피의자인 현대미술관 측의 주장 또는 이 사건에 지대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화랑협회 관계자들의 증언인데, 신빙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배용원)는 김 교수가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등을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12월19일 작품 소장이력 조사, 전문기관의 과학감정, 전문가 안목감정, 미술계 전문가 자문, 현대미술관 관계자의 조사내용 등을 종합해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프랑스의 감정업체 뤼미에르 테크놀로지는 김 교수의 요청으로 지난해 9월20일부터 26일까지 방한해 특수 카메라로 감정 작업을 진행한 후 "'미인도'는 천 화백의 1981년 작품인 '장미와 여인'을 보고 제작한 위작으로, 진품 가능성은 0.00002%"란 감정 의견을 도출해 검찰에 보고서를 전달했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는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 이후에도 "'미인도'의 밝기 분포, 눈의 흰자위 두께, 작가 팔 길이에 따른 눈동자의 지름 등을 다른 9개의 진품 그림과 비교해 확률적 수치가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위작"이라면서 "검찰이 활용한 적외선 촬영은 세밀한 층간 연구를 못 하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후 지난 1월27일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판단한 검찰의 결정에 불복해 서울중앙지검에 항고장을 제출했다. 김 교수의 변호인단은 당시 "검찰이 객관적인 증거에 대해 제대로 된 반박을 내놓지 못하고, 오히려 통계를 조작했다"며 "가장 신빙성이 있는 작가 본인의 말도 믿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소회의실에서 열린 고 천경자 화백 '미인도' 위작 논란 사건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미인도 원본이 공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