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기대하며
2017-05-12 06:00:00 2017-05-12 06:00:0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문재인 정부 출범을 계기로 최저임금 1만원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공약대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려면 당장 올해부터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
 
노동계가 최저임금위원회 불참 명분으로 내걸고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도 앞으론 노동계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전 정권에서 임명된 공익위원이라고 해도 현 정권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롭기 어렵고, 내년 4월이면 현 공익위원 9명 중 7명의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1만원 시대로 가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최저임금 심의는 상대가 존재하는 협상이라는 점에서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협상이 업인 정치인들은 '원하는 바를 100% 가져오는 협상'을 성공적인 협상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런 협상은 현실에서 불가능에 가깝고, 성사된다고 해도 파기 가능성 등 우려되는 부작용이 크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최대한 적게 주고 많이 가져오는 협상'을 최선으로 삼는다.
 
최저임금 심의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의 요구가 온전히 반영되지 않으면 어떤 안도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는 퇴로를 막아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상대가 나름대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도 받아들이지 못 한다. 그러다가 협상장을 박차고 나간다. 매년 진행된 최저임금 심의도 이런 식이었다.
 
지난해에도 노동계는 충분히 최저임금 인상폭을 높일 기회가 있었지만 심의 불참이라는 악수를 뒀다. 지난해 공익위원들은 노사가 각각 제출한 수정안을 절충해 단일안을 표결에 부치던 기존 방식 대신 노사의 수정안을 복수로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이에 당초 동결을 요구했던 경영계는 공익위원들의 눈치를 보다 7.3% 인상안을 제출했지만 노동계는 수정안을 제출하지 않고 협상장에서 퇴장했다. 결국 올해 최저임금은 경영계의 안대로 결정됐다.
 
최저임금 심의에서 노동계가 해야 할 일은 1만원 인상을 '요구만' 하는 게 아니다. 가능하다면 0.1%라도 실제 인상폭을 높이는 것이다. 그게 노동자들을 위한 길이다. 올해 심의에선 노동계가 ‘1만원’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성공적인 협상'을 이끌길 기대해본다. 꾸준히 인상폭을 높이다보면 최저임금 1만원 시대는 현실이 돼 있지 않을까.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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