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장자승계로 굳혀지는 듯 했던 아워홈의 후계구도가 다시 안갯속으로 빠질 조짐이다. 지난해 아워홈 경영에서 물러난 구지은 전 부사장이 오빠 구본성 부회장을 상대로 반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구 전 부사장은 지난달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아워홈의 임시주주총회를 요청하는 '주주총회 소집허가 신청'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주총의 안건은 '이사 선임의 건'이다. 업계에서는 구 전 부사장이 임시주총을 열어 추가적으로 사외이사 자리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그동안 한 발 물러나 있던 구 전 부사장이 본격적으로 반격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구 전 부사장은 구자학 아워홈 회장 슬하 4남매 중 막내딸로, 그룹의 외식사업을 총괄하며 가장 먼저 아워홈 경영에 참여한 인물로 주목받아 왔다. 지난해 구본성 부회장이 취임하기 전까지만해도 형제 중 유일하게 12년간 아워홈 경영에 직접 참여했다.
이로 인해 아워홈 안팎에서도 구 전 부사장을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했고, 여성으로서 범 LG가의 장자승계 원칙을 깨트리는 첫 사례가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했다.
그러나 2015년 아워홈 원로 경영진과의 갈등설이 불거진 것이 화근이 됐다. 이때부터 그룹 내 입지가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고, 그해 7월 돌연 보직해임 됐던 구 전 부사장은 7개월만인 지난해 1월 업무에 복귀했지만 다시 3개월만에 캘리스코 대표이사로 사실상 좌천됐다. 캘리스코는 2009년 돈가스 전문점 '사보텐'을 물적 분할해 설립된 회사로 구 전 부사장이 지분 46%로 최대주주이지만 모회사인 아워홈 경영에선 한발 물러선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현재 아워홈의 수장 역할을 맡고 있는 구본성 부회장은 구 회장의 유일한 아들이다.
동생 구 전 부사장이 물러난 뒤 지난해 6월 부회장으로 취임해 아워홈의 경영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 법인 신설 등 글로벌 사업에 박차를 가하며 본인의 경영색깔 입히기에 열중하고 있다.
지난해 구 부회장의 취임을 두고 재계에선 범 LG가의 장자승계 가풍이 그대로 이어지게 됐고, 예정됐던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구 부회장은 아워홈 입성 전부터 삼성경제연구소에 근무하며 경영권에서 한발 물러서 있었다. 그러나 아워홈 지분 38.56%을 보유하며 최대주주 자리를 지켜왔다는 점은 구자학 회장의 후계구도 밑그림의 주인공은 결국 아들 구 부회장이었다는 관측도 나왔다.
실제 범 LG가는 창업부터 현재까지 장자승계 원칙을 철저히 고수 중이다. 구자학 아워홈 회장은 구인회 LG창업주의 셋째 아들이자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동생이다. 구 회장의 조카인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장자 승계 전통을 지키기 위해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친아들 구광모씨(현 LG 시너지팀 상무)를 2004년 양자로 입적한 유명한 일화는 범LG가의 가풍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구 전 부사장이 임시주총을 소집하며 일각에선 경영에 참여하지 않은 채 지분만 갖고 있는 두 언니들과 손을 잡았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막내 딸인 구 전 부사장이 아워홈을 물려받을 1순위 후계자로 꼽혀왔던만큼 언니들과의 전략적 유대를 통해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실제 구 전 부사장의 아워홈 지분은 20.67%로,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빠 구 부회장의 38.56%의 지분보다 열세에 있다. 구 전 부사장 입장에선 아워홈 경영 복귀를 위해 언니들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이 이같은 관측에 무게를 더해준다.
재계 관계자는 "법원이 구 부사장의 의지대로 임시주총 소집 승인 결정을 내릴 경우 범 LG가 안에 단 한 차례도 없었던 경영권 다툼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구자학 회장의 후계구도를 내다본 의중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왼쪽)과 구지은 전 부사장(현 캘리스코 대표). 사진/아워홈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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