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우선매수권 행사 거부…상표권 카드로 매각 지연 의도
2017-04-18 10:36:51 2017-04-18 10:37:07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사진)이 금호타이어 매각을 지연시킬 복안으로 상표권 카드를 꺼내들었다. ‘금호’ 상표권 판매를 거부함으로써 매각 지연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우선매수권 행사를 거부하고 소송도 보류했다.
 
금호아시아나는 18일 “공정한 매각 진행과 함께 컨소시엄을 허용해 달라는 요청을 지속적으로 해왔으나, 산업은행은 부당하고 불공정하게 우선협상대상자인 더블스타에게는 컨소시엄을 허용하고, 우선매수권자인 금호아시아나에게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17일에 최종 통지해 왔다”면서 “이러한 부당하고 불공정한 매각 절차에는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겠으며, 우선매수권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우선매수권 행사 기한인 19일을 넘기면 절차대로 더블스타에 매각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박 회장 측은 상표권 문제 제기로 매각 지연이 가능하다고 본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채권단이 일방적으로 정한 우선매수권 행사 기한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기한을 넘겨도 상표권 등 협의해 나갈 부분들이 있어 곧바로 매각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업계에서도 국내외 타이어 영업에서 브랜드 파워가 차지하는 부분이 커, 상표권은 중요한 인수 유인이라고 본다. 금호 브랜드를 사용하지 못하면 더블스타의 인수 의욕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앞서 금호타이어 노조는 브랜드 사용이 금지되면 더블스타가 국내 공장을 외면하고, 수요 기반이 큰 중국 현지 공장 육성에만 열을 올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격 카드로 거론됐던 소송은 일단 유보됐다. 기업이 채권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는 자체가 경영활동 지장 등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란 판단과 함께 박 회장 개인이 소송비용을 물어야 하는 점도 부담이 됐다는 분석이다. 금호아시아나는 “금융권을 상대로 한 소송은 이번에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후의 카드로는 살아있다. 금호아시아나는 “현재 진행 중인 금호타이어 매각 절차를 즉시 중단하고, 공정하게 재입찰할 것을 촉구한다”며 “부당하고 불공정한 매각이 진행돼 금호타이어의 기업가치와 성장이 저해되는 경우에는 법적인 소송을 포함해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재계는 박 회장이 어떻게든 시간을 끈 뒤 내달 대선 이후 분위기 반전을 노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 등 유력 대선주자들이 호남 민심을 의식, 금호타이어의 해외 매각 반대 입장을 밝힌 가운데 박 회장의 정치권 인맥도 활용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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