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반도체가 동부의 '캐시카우'로 자리잡았다. 계열사가 절반 이상 떨어져 나간 구조조정 속에서도 반도체만은 살린 김준기 회장의 집념이 적중했다. 반도체 사업은 4차 산업혁명의 ICT 융·복합 트렌드를 관통하며 그룹을 지탱할 대들보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동부하이텍은 12일 종가 2만1300원을 기록했다. 지난 2007년 5월18일 2만2650원 이후 최고가다. 실적 상승세와 함께 수개월간 지속된 동부건설의 오버행 이슈가 소멸되면서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동부건설은 지난 7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국내외 다수 기관투자자 등에게 동부하이텍 보유 지분 452만2주를 855억원에 처분했다.
실적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울 전망이다. 동부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업은행에 의해 한때 매각대상에 오르기도 했던 동부하이텍은 2014년에는 영업이익이, 2015년에는 당기순이익마저 흑자전환했고,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8% 오른 1724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환골탈태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도 22.2%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영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순현금은 2014년 480억원, 2015년 1527억원, 2016년 2483억원으로 급증, 캐시카우로 성장했다. 올 들어서도 가동률이 100%를 유지하고 있어, 1분기 분기 사상 최대 실적과 연간 최대 실적까지 새로 쓸 것으로 기대된다.
동부하이텍은 반도체 파운드리(주문생산) 전문업체로, 다품종 소량생산 위주의 사물인터넷 시스템반도체 시장 수요가 커지는 것이 강력한 성장 동인이다. 회사는 특히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팹리스(설계) 시장과 생산시설을 줄이는 팹라이트(Fab-Lite) 경향의 일본 시장에서 대형고객 중심으로 수주를 늘려가고 있다. 사업다각화를 위해 2007년부터 뛰어든 팹리스 사업은 2008년 양산을 시작해 꾸준한 매출을 일으키고 있으며, 국내 고객사를 넘어 중국 등 해외로 영업 전선을 넓혔다.
지난해 전세계 반도체 시장은 전년 대비 2% 상승했으며, 올해는 사물인터넷 시대의 도래, 스마트폰, 웨어러블 등 시장의 지속 성장 등으로 7% 성장이 예상된다. 파운드리 시장은 이보다 높은 11%의 성장이 점쳐진다. 반도체 시장이 최대 전성기를 맞게 되면서 김 회장의 결단도 재평가되고 있다. 그는 수년간 적자에 시달리던 동부하이텍을 살리기 위해 주변의 반대에도 2007년 우량 계열사인 동부한농과 합병했고, 2009년에는 3500억원의 사재를 털어 재무 부담을 덜어줬다. 국내 기업이 취약한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만 하면 미래가 열린다는 믿음이 끝내 결실을 보게 됐다.
한편, 동부는 2013년부터 구조조정에 돌입해 동부제철과 동부건설, 동부팜한농 등 핵심 계열사들을 정리하며 계열사 수가 2014년 64개에서 지난해 25개까지 줄었다. 하지만 전자·금융 위주로 재편된 계열사들이 호실적을 내며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복귀했다.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동부하이텍을 비롯해 동부대우전자도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으며, 지난해 동부화재의 영업이익(7332억원)이 29.5% 증가하는 등 금융 계열사들도 실적이 안정적이다. 동부대우전자는 최근 지분 49%의 재무적투자자(FI)를 전략적투자자(SI)로 대체하는 체질 강화에 나섰으며, 이를 끝으로 그룹의 오랜 정지작업은 최종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